<인물포커스>기타리스트 이병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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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어떤 날」이라는 듀엣은 숨어있는 좋은 음악을 찾는 이들이 격찬하는 약간 신비로운 존재가 돼가고 있다.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베이시스트 조동익이 만든 이 연주 위주의그룹은 80년대 중반 2장의 음반을 남겨놓고 해체됐지만 그 음악적 영향력은 세월이 한참 흘렀어도 가실줄 모른다.
서정적인 가사와 깔끔하게 편곡된 퓨전 재즈 연주가 돋보이는 「어떤 날」의『출발』『하늘』과 같은 노래는 우리 가요의 음악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수 조동진의 동생인 조동익은 음반 재킷마다 베이스 연주와 편곡자로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으며 이병우도 여러 장르의 음반 제작과 콘서트에 전문 연주자로 자주 참여해왔다.
최근 신예 음악인들이 이들의 작품을 곧잘 본보기로 삼고 있어문자 그대로 언더그라운드에 파묻혀있던 「어떤 날」의 음악은 시간이 갈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국내에서 꾸준한 연주활동을 하는 조동익과 달리 이병우(29)는 90년 오스트리아 비엔나국립음대에 유학,클래식 기타를 전공하면서 기타음악의 세계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그는 91년 양희은이 10여년만에 취입한 독집 앨범『그해 겨울』을 전곡 작곡해 다시 한번 성가를 올리기도 한 실력자다.
『그해 겨울』에서도 일부 나타나듯 그의 독집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혼자 갖는 차 시간을 위하여』등은 우리식의 뉴에이지음악을 보여주는 한편 올 3월에 제작한 음반 『생각없는 생각』은 더욱 더 뉴에이지적인 명상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이병우는 방학중 일시 귀국,26~29일 소극장 학전에서 처음솔로 콘서트를 연다.
그는 이번 공연에 대해『학전 대표인 김민기씨가 기타연주에만 초점을 맞춘 콘서트를 열자고 강력히 권유해 성사됐다』며『진지하게 기타음악의 세계를 감상해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병우의 이번 콘서트는 클래식에 바탕을 둔 그의 정교한 연주와 대중음악 장르를 두루 섭렵한 화려한 기타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보기드문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蔡奎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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