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80% 밝히면 소명 간주/가·차명자 자금조사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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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료 없거나 세금 안낸돈 인정안해/근거못댄 소액 조사없이 추정과세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후 「자금출처 조사」란 말이 보통사람의 입에도 오르내리게 됐다. 재무부·국세청 및 각 금융기관·언론사에는 『자금출처 조사를 받게되면 자금원을 일일이 댈 수 있는 방법이 뭐냐』 『과거의 모든 탈루세금을 추징당하게 되는가』 『세무조사와는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금융실명제에 관한 긴급명령에 따르면 ▲모든 부동산 취득자 ▲실명전환기간중 계좌당 5천만원 초과 실명전환자(미성년자는 1천5백만원 초과,20∼30세 미만은 3천만원 초과) ▲같은기간중 계좌당 3천만원 초과 예금인출자 ▲금융기관 점포별 월 5천만원 초과 금융거래자 등은 자금출처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금출처 조사대상이 되겠지만 국세청의 조사능력이 못미치는데다 사회적 파장이 커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우선 자금출처 조사는 세무조사와 내용면에서 차이가 많다. 세무조사는 조사대상자의 장부·세금신고 상황·실제 소득 등을 모두 조사,조세시효 한도까지의 탈루세금을 추징한다. 자금출처 조사는 이에 비해 범위가 작아 문제된 자금의 출처만을 따지며 당사자에게 소명기회를 준다. 당사자의 납득할만한 소명이 이루어지면 조사가 바로 끝나는 것도 특징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자금출처 조사가 세무조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긴급명령에 따라 국세청에 통보될 사람들은 대개 간단한 출처조사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러면 자금출처 조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금융기관은 실명 의무전환기간인 8월13일부터 10월12일까지 통보대상이 된 사람들의 명단과 해당내용을 11월12일까지 국세청에 통보하게 된다. 부동산거래의 경우 거래자들이 등기소에 등기하는대로 국세청측이 주 2회 자료를 수집한다.
통보된 사람의 주소지에 있는 세무서장은 해당자의 직업·소득·재산등록,사업자는 사업내용·인출액 등을 각각 분석해 증여·부동산 투기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만 소명자료를 내라고 요구하게 된다.
조사대상자는 소명자료 제출요구서를 받으면 15일안에 자료를 갖춰 자금출처를 밝혀야 한다. 모든 자금출처는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기본이다.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과연 자금출처를 자료로 1백% 밝힐 수 있느냐는 점인데 국세청도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성인이라면 통상 80% 이상만 출처를 밝히면 소명이 된 것으로 쳐준다.
소득이 있는 사람은 소득세 납세증명이나 납세 영수증 사본을 떼야 하며 특히 봉급생활자는 회사에서 지난 한해의 임금자료를 뽑아 제출하면 국세청에서는 근무연수를 곱해 그동안의 소득을 따지게 된다.
융자를 받았거나 빚이 있는 경우 부채증명서,다른 재산을 처분했을 때는 매매계약서나 등기부등본,전세보증금이 있을 경우는 전세계약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밖에도 이자소득 등 자료가 있는 소득은 자료를 함께 제출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내야할 세금을 내지 않은 돈이나 자료가 없는 돈은 출처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상속신고를 하지 않고 물려받은 돈이나 차용증서를 쓰지 않은 빚은 인정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이렇게 제출된 소명자료를 검토한후 실지조사 대상자를 선정,정밀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정밀조사는 거액의 출처를 밝히지 못한 경우로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소액은 대체로 조사하지 않고 추계에 의해 증여세 또는 소득세를 추징하게 된다.
정밀조사는 계좌추적 등 고도의 조사기술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거액 탈세가 아니면 잘 쓰지 않으며 긴급명령이 예금자 비밀보호를 강화하고 있어 이번의 경우 계좌조사를 가급적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아직 세부적인 자금출처 조사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으며 실명전환기간이 지난후 통보실태를 봐서 확정한다는 계획이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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