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이후의 문제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예상보다 쉬웠다는 분위기속에서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무사히 치러졌다. 「무사히」라는 표현이 실감날 만큼 이번 수능시험은 교육계의 온갖 혼란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시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예상되는 문제는 많이 남아있다고 본다. 처음 시도된 제도인 만큼 제기되는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완·수정하느냐에 새 제도의 정착여부가 달려 있다.
우선 문과·이과간의 분리가 없어 문과 지망생이 이공계보다 큰 불이익을 본다는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수능시험 실시전에도 제기된 문제였지만 막상 시험을 치르고 보니 그 격차가 크게는 20점까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과생이 공부를 잘 하는 법이니 그런 격차는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어학을 전공할 학생까지 그렇게 어려운 수학공부를 해야할 필요가 있느냐는 현실적 반론도 맞선다.
지나치게 수학문제를 어렵게 출제하기보다 수능시험에선 일반적 수준을 요구하고 대학 본고사에서 학과 특성에 맞는 수리탐구영역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문제는 대학 본고사가 있으면 수능시험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측면도 있는데 금년에는 9개 대학만이 본고사를 실시하므로 그것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되어 있다.
그 다음 예상되는 문제는 1차 시험이 끝나면서 고교 교육현장이 탈학교적 풍토에 빠질까 걱정된다. 1차 시험에 만족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대학 본고사 준비에 들어갈 것이고,중하위권은 2차 수능시험에 골몰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고3 2학기는 학교가 아닌 입시학원이 될 소지가 높다. 대학마다 각기 다른 본고사 준비반이 학교에 생기면서 학교수업은 이원화되고 정상적인 학교교육은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란 측면에서 새 대입제도가 어떻게 기능해야 할지 면밀한 검토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원래 수능시험은 고교 내신성적과 대학 본고사라는 세축을 중심으로 이뤄진 대입제도다. 학교교육의 정상화,사고력·창의력 향상을 위한 교육평가방식,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부여라는 세가지 중요한 교육개혁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쪽 기능만이 지나치게 강조돼서는 안된다. 세분야가 고루 맞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학 본고사가 나름의 기능을 해야 한다. 수능시험에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을 건학이념과 학과 특성에 따라 최소한으로나마 실시하는 대학 본고사제도가 그래서 도입된 것이다.
그밖에도 1,2차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거나,수능시험에 맞는 교육방식은 어떠해야 하느냐 등의 많은 문제점과 개선책이 제기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해 새 대입제도가 빠른 시일안에 정착될 수 있도록 보완과 수정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