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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경력 장모씨가 털어놓는 속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빠져나갈 구멍없다” 사채업자 한숨/차명계좌 실명전환 길터줘야/월수 2천5백만원… “겨울쯤 단행 예측했는데…”/대부분 음식점등 전업 서둘러
실명제실시로 사채업자들은 수면아래서 잔뜩 숨을 죽이고 있다. 과연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10년동안 명동에서 사채업을 해온 장모씨(53)를 만나 익명을 조건으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명제실시 이후 어떻게 지냈나.
▲잘아는 사채업자나 브로커들의 전화외에는 외부접촉을 가급적 피했다. 어음처리문제도 있고 해서 명동에 있는 사무실은 그대로 두고있다.
­그동안의 사채운영 방식은.
▲중소업체 총무부장직을 그만두고 퇴직금과 부동산을 팔아 사채를 시작했는데 현재 사채규모는 30억원 정도며 이중 15억은 내 것이다. 나머지는 주위사람들이 맡긴 돈이다. 어음할인 40%,채권매입에 40%,이자놀이에 10%씩을 돌렸으며 나머지 10%는 명동일대 구두회사 등에서 발행한 각종 상품권을 표시액의 50%에 매입,20%를 덧붙여 기어체에 되팔아왔다.
­어음할인때의 이율과 월평균 소득은.
▲물건에 따라 다른데 상장회사것은 담보없이도 월 2%에 해주며 나머지는 당좌수표·보증인·부동산 등을 담보로 잡고 월3∼4%씩에 할인해 준다. 순수익은 사무실 운영비·인건비·기타활동비 등을 제외하고 최소한 월 2천5백만원이상은 남는다.
­사체업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것도 사업이다. 금융기관들이 편안하게 장사하는데도 정부는 이들을 감싸고만 돌았고 그러니 사채업자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정책이 잘되면 우리같은 업종은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세금을 내지않고 이익만을 추구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역할은 있었다고 본다. 당장 우리가 손떼니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지않는가.
­실명제 실시 시기에 대한 그동안의 생각과 이로인한 타격은 어느정도 인가.
▲신정부 출범초기부터 사채업자들은 대통령이 실명제를 반드시 실시하려한다는 것을 꿰뚫고 있었다. 올겨울쯤이 적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정부가 선수를 쳤다. 하지만 상당수가 그동안 장기채권매입이나 해외투자방식으로 대비해왔다. 나 또한 채권매입과 함께 거래규모를 많이 줄였고 은행이용때도 소액계좌를 원칙으로 해왔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다. 1억원짜리 차명통장 하나가 걸려있는데 해결방안을 강구중이다.
­실명제 실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이번 조치에 허점이 있다면.
▲더 이상 사채업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손해지만 이것 말고도 돈벌수 있는 방법은 많다. 안믿을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실명제가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실명제실시에 허점이 많다고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예상외로 정비가 잘돼 있어 놀랐다. 돈몇푼보다도 신분노출을 가장 우려하는 사채업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거의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문제가 있다면 차명계좌의 실명전환부분 정도인데 금융기관이 책임지고 확대해주면 전환을 쉽게 할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사채업자와 금융기관 사람들의 관계는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밀착돼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나를 포함한 사채업자 대부분이 전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조금쉬다가 대형음식점 같은 서비스업을 할 생각이다.<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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