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아테네] 8. 배드민턴 5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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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정식종목이 된 배드민턴은 한국엔 효자 종목이다. 그 대회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한국은 두개씩의 금메달을 따왔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에서는 노 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자만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4년. 2004년 아테네에서 한국 배드민턴은 금 사냥에 재도전한다.

혼합복식 세계랭킹 1위 김동문(29.삼성전기)-라경민(28.대교눈높이)조, 남자복식 세계 2위 유용성(30)-이동수(30.이상 삼성전기)조, 그리고 남자단식 세계 3위 이현일(24.김천시청). '배드민턴 최강국의 부활'이란 임무를 짊어진 셔틀콕 5총사다.

"지금까지 그랬듯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마지막 올림픽이니까요."

한때 '지구상에 맞수가 없다'던 김동문과 라경민의 눈에는 불이 켜 있다. 97년 9월부터 99년 3월까지 11개 국제대회 연속 우승을 포함해 51연승을 달린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드니 8강전에서 무명이었던 중국의 장준-가오링조(현 세계랭킹 2위)에 무너졌다. 애틀랜타 올림픽 때 김동문과 라경민은 서로 다른 조로 혼합복식 결승에 올랐다. 김동문은 길영아(은퇴)와, 라경민은 박주봉(은퇴)과 짝을 이룬 한국 선수끼리의 최종 승부. 거기서 김동문조가 이겼고, 라경민은 라켓을 꺾었다. 그랬던 그를 달래 다시 코트에 세운 사람이 김동문이다.

두 콤비는 그렇게 탄생해 올해로 8년째다. 코트에서 척척 호흡이 맞는 두 처녀.총각에게 주변에서는 "두 사람이 맺어지면 세계 최강 배드민턴 2세가 탄생할 텐데…"라는 농담까지 던질 정도다.

라경민은 지난해 말부터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물리치료를 받으며 웨이트트레이닝에 열중하고 있다. 그 시간 김동문은 남자복식 파트너인 하태권(29.삼성전기)과 코트에서 땀을 흘린다.

남자복식의 유용성-이동수 콤비는 "큰 게임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드니에서는 은메달로 한국 배드민턴의 체면을 살렸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복식 금메달을 16년 만에 따냈다.

대표팀에서 유이(唯二)한 유부남인 둘은 새해 첫날 가족을 집에 두고 만났다고 한다. 7년째 맞춰온 호흡의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막상 얼굴을 마주보니 딱히 할 말이 없어 서로 어깨만 두드려주고 헤어졌지요."(유용성)

"4월까지 남은 랭킹포인트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 아테네에서 좋은 시드를 받을 겁니다."(이동수)

욕심도 만만찮은 두 사나이다.

장혜수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사진설명>
배드민턴 대표선수들이 지난 12일 내린 눈을 맞으며 불암산을 오르다 "금메달을 따내자"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일, 이동수-유용성, 라경민-김동문 선수.[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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