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주가 내주초가 고비/전문가에게 들어본 증시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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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산 공개·경기부진등 악재 즐비/투자심리위축… 당분간 반등힘들듯
실명제가 실시되자마자 주가가 대폭락,투자자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증권전문가들도 『생각했던것 이상의 낙폭』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다음주초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실명제외에 공직자 재산공개·실물경기 회복지연 등 크고 작은 악재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실명제 실시 첫날인 13일의 증시상황은 실명제가 단순히 가·차명계좌를 갖고있는 일부 큰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모든 상장주식이 일제히 하한가까지 떨어진다고 가정할때 하루사이에 종합주가지수는 34.96포인트 떨어지게 된다.
이점을 감안할때 이날의 하락폭 32.37포인트의 엄청난 것이 아닐수 없다. 이날 매도주문은 1억주에 이른 반면 매수주문은 1백분의 1에도 못미치는 71만주에 그쳤다.
한마디로 「팔자」만 있지 「사자」는 없었던 셈으로 실명의 소액 개인투자자들까지 대거 「팔자」에 가담했다.
재무부는 이날 기관투자가들로 하여금 매수우위를 유지토록하는 내용의 증시안정대책을 발표했으나 정작 기관들은 관망세로 일관했다.
이같은 투매상황에서는 어차피 주식을 사봐야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일반투자자들의 위축된 투자심리 회복이 관건이고 이에는 무엇보다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과거의 대형악재들을 보면 79년 10월26일 박 대통령 시해사건의 경우 5일동안 9.6%가 속락한뒤 4일간 9.7%가 회복됐었고 82년 5월8일 이·장사건의 경우에도 5일간 9% 하락후 5일간 10%가 되올랐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예를 들어 이번에도 단기충격은 오래가지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자체 자금난으로 증시게 개입할 여력이 없고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또 한 차례의 파문이 예상되며 ▲상장기업들의 올 상반기 영업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고 실명제 실시는 실물경기 회복속도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는 등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좋지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이에따라 주가는 급락세가 일단 멋더라도 지난 2개월남짓 계속돼온 지루한 조정국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김대송 대신증권상무는 『실명제를 실시하면서 자금출처조사 등 과거까지 추적키로 한 방침이 심리적인 위축현상을 낳은 것같다』고 분석하고 『실명제 실시전보다 10% 정도까지는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후에는 당국의 증시안정의지에 따라 주가가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서진 대우증권 상무는 『기관투자가가 먼저 붙은 뒤 일반투자자가 따라가곤 했던 과거의 패턴에 비춰볼때 기관의 매입개시 시점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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