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명령」 위헌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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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대한 재정 경제위기때 발동/일부서 구성요건충족 의문제기
금융실명제 전격실시를 선언한 대통령의 긴급권은 대통령중심제 국가가 통치행위를 위해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원칙을 유보시킬 수 있도록 한 헌법적 권한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긴급 명령은 과연 현경제 상태가 위기상황인가하는 판단에 대한 이론이 제기돼 그 발동 구성요건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대통령의 긴급권은 『내우·외화·천재·지변 또는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긴급재정 경제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헌법(제76조)에 규정돼 있는 것.
그러나 헌법은 유신시절 긴급조치의 남발과 같은 대통령의 긴급권한 남·오용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대통령의 긴급한 처분이나 명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그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실명제를 위한 12일 대통령 긴급재정 경제명령은 법률적 효력을 가지며 16일 임시국회에서 승인을 얻을때 비로소 입법으로서 완결되나 만약 국회의 사후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그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제76조 3항)
그러나 이번 긴급명령 방동이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여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때』였느냐는 명령발동 구성요건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견이 있는 점에 비추어 국회에서 논란을 빚을 소지도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이견보다 대통령의 긴급권한 발동후 빚어지고 있는 주가폭락과 금융거래 혼란에 비추어 긴급명령발동 당시 「재정경제상위기」가 충분히 예견되고 있었던 점과 명령발동과 동시에 이를 공포하고 국회의 동의를 구해 『장기간에 걸쳐 긴급권한을 남·오용』한 경우와 명백히 달라 위헌소지는 희박하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따라서 국회의 사후승인을 받을 경우 실명제는 입법의 효력을 갖춰 관계법규의 재정비 등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이며 만의 하나 받지 못할 경우 정부는 정상적인 입법을 통해 실명제 실시를 재추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김진국·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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