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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힌 중기 한숨만…/실명제여파/사채 자취감추고 어음할인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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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봉급도 못줄판… 연쇄 도산 우려/5천개업체 2천만원씩 긴급지원/무자료거래 영세상인대책 곧 발표/정부
금융실명제 실시로 사채를 써왔던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신경제계획 추진으로 자금 조달에 숨을 돌렸던 중소기업체들은 실명제 실시이후 사채시장 이용길이 막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적절한 지원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자칫 연쇄도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상공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23.4%(약 1조원 규모)가 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특히 영세한 업체일수록 사채 의존도가 높아 20명이하 소기업은 사채의존업체 비율이 39.8%에 달하고 있다.
이때문에 중소기업 자금 담당자들은 실명제 실시 발표직후인 12일 저녁부터 자금확보에 나섰으나 전주들이 사채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데다 단자회사에서의 어음할인조차 힘들어 곤경에 빠져 있다.<실명제 관계기사 2,3,4,5,6,8,7,10,22,23면>
서울 구로공단에 있는 (주)천우제책 고병헌 자금담당이사는 『사채시장에 적잖이 의존하고 있는데 돈줄이 갑자기 끊기는 바람에 14일 지급키로 했던 이달분 직원 봉급조차 마련할 길이 없다』면서 『최근의 경기침체에다 실명제까지 겹쳐 다른 중소업체들도 대부분 최악의 자금난에 허덕이로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상가 밀집지역이나 지방 공업단지도 비슷해 어음거래에 주로 의존해오던 서울 남대문·동대문시장의 대부분 상인들은 납품업체나 거래처에 대금결제를 못해주고 있다.
또 대구지역 원단생산업자들은 도매상들이 예금을 3천만원 이상 인출할 경우 세무조사가 뒤따른다는 점을 의식,대금결제를 미루거나 분할 지급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돈이 달려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재무부·한은 등 금융당국은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3천억원을 긴급 방출했으나 방출액수가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에 비해 워낙 적은데다 할인대상을 진성어음으로 국한,별다른 효과를 보지못하고 있다. 게다가 자금지원을 받은 업체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받은 돈을 움켜쥐고 납품업체나 거래업체에 풀지않아 자금의 흐름이 곳곳에서 막히고 있는 실정이다.
곽병진 중소기협중앙회 조사담당이사는 『경제정의실현을 위해 금융실명제는 마땅히 실현돼야 하나 단기간의 고통을 빠른 시일내에 극복할 수 있는 정부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예컨대 담보없이도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긴급조치를 검토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상공자원부 실명제 대책반은 한은의 긴급방출자금 3천억원과는 별도로 1천억원을 마련,5천개 영세소기업(종업원 20명이하)에 대해 업체당 2천만원씩 긴급 운전자금을 대출해주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또 중소기업의 단기운전자금에 대한 보증을 원활히 하기위해 기업별 신용보증한도를 현재 매출액의 25%에서 50%(1억원이하 소액보증은 매출액의 66.6%)로 늘리고 업체당 신용보증 최고한도도 현재의 2배(일반한도 30억원,특별한도 6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함께 적색거래처 등록기간을 유예하고 부정수표단속법 개정 등 부도관련 절차를 빨리 개선하는 한편 상업어음 재할인과 무역금융 등에 대한 재할인 비율을 현재 50%에서 70%로 올리도록 한은에 요청하기로 했다.
이동훈 상공자원부 차관은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지원방안에 이어 곧 무자료거래 노출에 따라 타격을 입게될 중소유통업체에 대한 지원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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