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실종 어린 딸 소식만이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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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별이는 어디로 갔을까.
방송작가 지상학씨(44·서울 송파구 문정동 훼밀리아파트)의 외동딸 한별양(13)이 실종된지 8일로 1년째를 맞지만 행방은 물론 생사여부조차 불분명한 채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한별양은 지난해 8월8일 오후5시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강모양(13)의 집에서 놀다 헤어진 뒤 아파트내 상가 앞에서 20대 여자와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친구들에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실종 사흘 뒤 『나는 아저씨들에게 잡혀 있어요. 아저씨들이 몸값으로 1천5백만원을 요구하고 있어요』라는 자필편지가 우송돼온 이후 연락이 끊어진 상태.
다만 4월 중순 20대 남자로부터 『한별이를 데리고 있는 선배를 설득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와 아버지 지씨가 약속장소인 부산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나 가출·실종자의 가족들을 상대로 접근, 돈을 뜯어내는 상습사기꾼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그 동안 경찰은 한별양의 행방을 추적했으나 아직 단순가출인지 유괴인지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수사에서 손을 뗀 상태.
5월초 이 사건이 KBS-TV 『사건25시』에 소개되자 한별양을 보았다는 신고가 10여건 들어와 경찰과 가족들이 수원·대구·부산 등 전국 각지를 찾아 헤맸으나 모두 무위에 그치고 그나마 지금은 제보마저 사라져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편 사건발생 이후 아버지 지씨가 한동안 작가활동을 중단하고 중학교교사인 어머니 최경희씨(42)가 학교를 휴직하는 등 가족들은 지난 1년 동안 눈물과 한숨 속에 고통의 세월을 보내왔다.
한별양이 실종직전 함께 있었던 20대 여자에 의해 유괴된 것으로 믿고 있는 최씨는 5일 본사에 보내온 「범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대낮에 사라져버린 어린 딸의 생사조차 알 길이 없는 애절한 심정을 호소했다.
최씨는 편지에서 『그 동안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 딸의 등록금을 학교에 내면서 느껴야했던 처절한 슬픔을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지난날의 잘못에 매여 있지 말고 용기를 내 한별이의 소식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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