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하다|복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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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도 복권·경품권을 발매한다.
물론 북한당국은 복권을 「낡은 사회에서 제비를 뽑아 일정한 상금을 타게 하는 표」로 규정, 금지해왔다.
그럼에도 전시 조달자금과 장판 밑에 숨겨둔 유휴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북한은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복권을 발매했다고 귀순자들은 전한다.
다만 복권은 임금에 비해 턱없이 비싼데다 강제로 할당되기 일쑤다.
때문에 북한에서 복권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주민생활을 옥죄는 또 다른 세금명세서인 셈이다.
작년 7월 화폐교환을 단행한 이후 복권은 발매가 중단됐으나 경품권은 지금도 축구경기 등 관람객을 상대로 수시로 발매되고 있다.
북한에 복권이 처음 등장한 것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50년말. 북한당국은 당시 군수물자가 달리자 「조국보위복권」을 발행, 자금조달에 나섰다.
발권기관은 조국보위위원회. 발매액과 발매 수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북한은 이어 41년만인 91년11월∼92년 1월말까지 50원짜리 「인민복권」1천만장을 발급했다. 북한 노동자의 한달 평균임금이 80∼1백원인 점을 감안하면 복권 값이 매우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민복권은 당시 시중의 유휴자금 환수를 위한 특별조치를 강구하라는 김정일의 지시를 계기로 발행됐다고 전해진다.
발권기관은 조선중앙은행.
당첨자 상금은 1등 1만원(2천명), 2등 5천원(4천명), 3등 1천원(5천명), 4등 5백원(1만명), 5등 1백원(2백만명)이었다.
북한은 당시 인민복권 판매를 위해 주요 식당·역 등에 복권판매 공고문을 게시하고, 유선방송을 통해 복권에 대한 선전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판매실적이 저조하자 각 인민반과 공장·기업소 등에 강제로 할당, 물의를 빚었다는게 귀순자들의 얘기다.
북한은 92년 3월 공개추첨 했다고 하며 평양신문에 당첨자 명단을 실었다.
지난해 7월 북한이 전격적으로 화폐교환을 실시한 것도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민복권 발행을 통해 유휴자금을 끄집어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북한은 복권 외에 85년부터 경기 관람객을 대상으로 경품권도 발매하고 있다.
김일성 경기장(구 모란봉경기장)등 각 경기장이 입장권(1원50전)에 경품권(1원)을 끼워 파는데 경품권은 싼 만큼 인기가 높다. 특히 경품권은 판매장수 제한이 없어 관람객은 한꺼번에 3∼4장씩도 구입한다고 귀순자들은 전한다.
경품은 경기장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1등 흑백텔리비전 1대, 2등 재봉틀, 3등 양복지 1벌이 보편화돼 있다.
당첨자 선정은 경기가 끝난 직후 운동장 가운데 경품을 진열해놓고 당첨자번호를 불러 즉석에서 건네준다.
경품권 판매로 얻은 수익금은 5·1경기장(능라도경기장) 등 대규모 체육시설 건설비용에 쓰이고 있다는게 귀순자들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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