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시사회 깜짝 분장 쇼 인형 등 배포|다양한 영화 홍보전 불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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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영화 홍보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홍보전략이 선보이고 있다.
통상 영화의 주연배우나 감독을 초청해 팬들과 간담회를 갖거나 사인회를 개최하는 등은 이미 낡은 수법으로 치부되고있다. 최근 들어서는 대규모 시사회를 개최하거나 다양한 방식의 제작 발표회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벤트성 행사가 점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극장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청소년층 관객의 구미에 맞게 주인공을 캐릭터로 이용한 인형·티셔츠·배지 등을 제작·배포하는 등의 전략이 동원되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깜짝 놀랄만한 특수분장을 거리에서 선보이는 등 해프닝적 전략도 동원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홍보전략의 다각화는 젊은 영화 기획자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뚜렷해진 현상으로 이들은 기존 주먹구구식 홍보 관행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과학적인 관객 내지는 소비자조사를 토대로 홍보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개봉돼 흥행호조를 보이고 있는『그 여자 그 남자』의 경우 개봉 전에 올림픽 공원 수변 무대에서 대규모 야외시사회를 펼쳤고 주연인 강수연·이경영 등을 동원,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신촌·강남 등지의 커피 전문점에서 토크쇼를 벌여 이목을 끌었다.
신씨네의 경우는『백한번째 프로포즈』를 홍보하기 위해 한강 유람선 위에서 제작 발표회를 갖고 촬영을 위해 팝스 오키스트라 연주회를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개봉하자마자 폭발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는『주라기 공원』은 이미 피자 체인점인 「피자 헛」, 편의점 체인인「패밀리 마트』와 계약, 내부장식을 영화 속 장면처럼 꾸미고 고객들에게 영화에 관련된 홍보물을 보여주는 등의 전략을 구사했다. 또 영화의 캐릭터나 소품을 이용, 신발·문구·완구 등을 제작·판매하는 머천다이징 사업자를 통해 영화에 나오는 각종 공룡이 들어있는 운동화·학용품·의류·장난감 등을 대대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영화의 경우는 흥행 성공에 발맞춰 이런 연관 상품들의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홍보전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각 영화사들은 기획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획·홍보의 세련화가 상품의 질을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적인 시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결혼이야기』『미스터 맘마』등의 영화가 「효율적인 홍보의 승리」라는 선례를 남기면서 작품 자체의 오락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게을리한 채 홍보전략에만 지나치게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질책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뛰어난 홍보로도 영화 자체의 질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인식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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