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감동…충격…환상무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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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현존하는 최고의 발레스타 니나 아나니아시빌 리가 차이코프스키 발레단과 함께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수놓게될 『백조의 호수』(8월20, 21일)와 『돈키호테』(23, 24일)는 올해 국내 팬들이 체험할 가장 값진 무대의 하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차이코프스키의 서정적이고 묘사적인 음악과 함께 진행되는『백조의 흐수』는 고전발레에 결정적인 생명력을 불어넣고 또 발레를 세계적으로 호소력을 갖는 예술장르로 자리잡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고전발레 중 1백년 이상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에서 아나니아시빌리는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된 지크프리트 왕자의 연인 오데트 역과 구를 거짓으로 유혹하는 흑조 오딜 역을 함께 맡아 기량을 한껏 펼쳐 보이게 된다.
특히 육감적이면서도 다채로운 표현력을 보이는 흑조 오딜의 32회 연속 푸에테(휘젓는 회전)는 전세계에서도 이를 제대로 소화해내는 발레리나가 몇 안 될 만큼 어려운 연기로 알려져 있다.
발레 팬들에게 낯익은 『백조의 호수』보다 국내 초연인 『돈키호테』의 공연은 더욱 기억에 남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러시아 궁정 발레의 대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소재로 각색한 고전발레 『돈키호테』는 발레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해학성과 단편적인 서사구조 때문에 무대에 올리기가 몹시 까다로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갖가지 이야기가 간단없이 이어지는 『돈키호테』를 발레작품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으나 마리우스 프티파는 요란하면서도 다양한 에피소드로 엮어진 장면들을 유기적인 몸 동작으로 절묘하게 연출해내 일종의 충격을 줬다.
발레 『돈키호테』는 원작의 줄거리와 달리 주인공인 돈키호테와 판초는 조역으로 등장시키고 한마을의 여인숙 집 딸과 이발사의 로맨스를 주요소재로 하는 점이 특징이다.
1869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고전발레 『돈키호테』는 줄거리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고전발레 특유의 장중한 분위기를 전해주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았으나 차이코프스키 발레단을 비롯한 러시아발레단의 계속적인 개작과 재해석으로 최근엔 바로크적 요소와 현대무용적 요소를 동시에 갖춘 문제작으로 떠오르고있다.
고전발레 『돈키호테』가 세계 무대에서 불후의 발레작품으로 불리는 까닭은 주인공 연인들의 결혼 축하연에서 절정을 이루는 이인무가 다른 작품에서 보기 어려운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감정을 재현하기 때문이다.
여인숙 집 딸 기트리로분하는 아나니아시빌리와 이발사 바릴로 나오는 알렉세이 파제체프는 최근 수십 회에 걸친 일본 공연에서 이 클라이맥스 2인무로「신화적인 콤비」란 칭송을 받았다.
고전발레에 경쾌하고 현란한 스페인식 춤을 삽입한 『돈키호테』는 65년 조지 밸런친에 의해 코미디적인 요소를 배제한 댄스드라마로 개작되는가 하면72년 누레예프, 83년엔 바리시니코프를 주역으로 내세운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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