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상청에 비가 샌다/33년된 낡은 건물 장마철 빗물받기 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예보 틀리면 항의빗발… 직원들 2중고
장마철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기상청은 이중의 곤욕을 치르고있다.
예보가 자꾸만 빗나가는데다 청사가 낡아 비가 심하게 새기 때문이다.
본격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기상청은 화급히 서울 등 중부지방에 2백㎜ 호우주의보를 내렸다.
그러나 하늘은 겨우 10㎜ 안팎의 비만 내려 예보관을 「늑대가 온다』고 소리치던 양치기소년을 만들어 버렸다.
1일에는 기상청에 4백50여통의 항의성 전화가 빗발쳤다.
이날 퇴근시간 무렵 서울 영등포 일대엔 35㎜,온수동부근엔 50㎜가 넘는 소나기성 폭우가 쏟아졌으나 기상청 발표는 0㎜.
서울이 워낙 넓다보니 공식 기상관측지점인 종로구 송월동 기상청에는 비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
기상위성·컴퓨터·기상레이다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수치예보를 하고 있지만 이처럼 「쇠등을 사이에 두고 한쪽만 비가 내리는」 국지성 강우엔 베테랑 예보관들도 속수무책이다.
박병진예보관은 『기상청 직원 대부분이 만성 소화불량증에 시달리고 있고 이러한 증세는 장마철에 더욱 심해진다』고 요즘의 고충을 호소한다.
장마철의 고통은 예보뿐만이 아니다. 비만 오면 낡을대로 낡은 청사 곳곳이 새는 바람에 양동이 진열장을 방불케한다.
지은지 올해로 33년째 되는 본관은 현관로비에 발디딜 틈도 없이(?) 양동이가 놓여있고 국제협력과·강당에도 세숫대야·쓰레기통이 천장에서 주룩주룩 떨어지는 빗물을 받고 있다.
일제시대인 1919년에 지어진 위성실과 전산실은 비가 새는 틈을 계속 메워오다보니 지붕과 벽이 누더기가 돼 버린지 이미 오래다.
청사가 비좁아 옥탑계단에 설치된 레이다관련 장비도 비만 오면 덮개를 씌어야 한다.
그런가하면 기상청이 높은 지대에 위치,서울의 공식기온과 시민이 느끼는 실제기온과는 항상 1∼2도가량 차이가 난다.
25일 오후 3시 기상청의 공식 서울기온은 23.8도였으나 여의도에 설치된 AWS(무인자동기상관측기)에 기록된 기온은 24.9도.
기상청측은 『고도산업화사회에서 기상정보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현재의 낡고 비좁은 청사에는 정부가 정확한 수치예보에 필수적인 슈퍼컴퓨터를 지원한다 해도 들여놓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하루 빨리 적절한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한다.<박종권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