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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장자는 「형된 사람은 반드시 그 아우를 가르쳐야 한다(위인형자 필능교기제)」고 훈계했다. 우리네 속담도 「형만한 아우없다」고 하여 어떤 일을 처리하든 형이 아우보다 낫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형제간의 일들을 다룬 전래의 일화나 설화들도 대개는 형쪽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장유유서」라는 예부터의 도덕 내지는 윤리관이 공공연하게 작용한 탓도 없지 않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형제간의 우열이란 서로의 성격이나 기질 따위가 전제된 상대적 기준에 의한 것일뿐 형이라고 해서 반드시 아우보다 낫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못된 형」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것이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브의 아들 카인이다. 여호와가 동생 아벨의 선물만을 기뻐하고 자신의 선물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데 분격한 카인이 동생을 쳐죽인다는 이야기다. 저주받을 「인류 최초의 살인」이 형이 아우를 죽인 것이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우리의 고전소설 『흥부전』도 「못된 형」의 전형을 그린다. 부자인 형이 가난한 동생을 돌보지 않다가 마침내 천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일깨운다. 아벨이 카인을 죽였다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고,흥부와 놀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해도 이야기가 될수는 있겠지만 카인과 놀부가 형이기 때문에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의미가 더욱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단순히 형이라는 이유 때문에 받게되는 이런저런 피해들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아우의 잘못이 형에게까지 파급되는 경우가 세상사람들의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전직대통령이 동생의 잘못으로 두고두고 곤욕을 치르는가 하면 현직 장관이 동생의 수뢰혐의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언론인테러에 관련돼 군고위직에서 물러난 사람의 형이 이번에는 정치인테러의 책임자였다는 지목을 받고 있다. 서로가 형과 아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궁금하다.
일요일에는 다섯살짜리 형이 세살짜리 동생을 구하려다 열차 건널목에서 함께 참변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형제는 수족과 같다」는 옛말의 이 본보기를 오늘의 어른들이 배워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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