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 "신발끈 다시 조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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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황영조(23·코오롱)가 거의 1년만에 해외에서 본격훈련을 시작한다.
올림픽 우승 후 정신적 공허함과 발바닥 부상 악화로 훈련을 중단하다시피 해온 황영조는 이제 두가지 핸디캡이 말끔히 사라짐에 따라 이달말부터 본격 훈련을 재개키로 한 것이다.
황영조는 오는 25일 우선 일본 훗카이도(북해도) 삿포로(찰황)로 건너가 더위를 피한 전지훈련으로 몸만들기에 돌입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간단한 조깅과 수영 등으로 기초체력 유지에만 선경 써온 황영조로선 이번 삿포로 전지훈련이 마라토너로서의 재기를 의미하는 뜻깊은 훈련 기회가 되는 셈.
황영조는 삿포로에 머무르는 20일 동안 정봉수 감독이 만들어 준 스케줄에 따라 조깅 등 기초훈련은 물론 크로스컨트리 등 강도 높은 훈련을 함으로써 올 가을 국내무대 재출전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출 예정.
황영조는 오는 10월 광주 전국체전 1만m에 시범적으로 출전, 스피드 점검을 한후 내년 중반의 적당한 국제마라톤대회에서 회심의 기록 단축을 위한 대레이스를 벌인다.
황영조는 그 동안 마라톤훈련보다 은퇴후의 준비에 몰두해와 일부에서 「운동은 그만 할 것 같다」는 우려를 사온 게 사실.
정신과 신체의 건강 회복보다 숙소 주변의 외국어 학원에 등록, 일본어·영어를 공부하는 등 마치 마라톤을 포기하는 듯한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황영조를 험난한 마라톤 세계로 다시 끌어들인 것은 코칭 스태프나 코오롱의 권유가 아닌 동료들.
자신이 올림픽 우승 후 방황하던 사이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완기는 뉴욕마라톤 3위 입상에 이어 지난 3월 동아마라톤에선 올 시즌 세계 최고기록인 2시간9분25초로 우승했으며 18일 유니버시아드마라톤에서 또다시 월계관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다섯살 위인 선배 김재룡도 지난 4월 보스턴마라톤 준우승에 이어 오는8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등 자신의 처지와는 정반대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등 주변의 모든 것이 황영조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따라서 『이번 일본전지훈련이 마라토너로서의 재기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본인의 말대로 코오롱선수단이나 황영조 자신이 이번 일본전지훈련에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음을 말해줘 훈련만 잘된다면 찬바람 이는 가을엔 황영조의 힘찬 러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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