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장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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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신문들이 내놓은 그날 그날의 경제지표에는 달러화와 엔화의 환율,주가지수 등과 함께 쌀값과 금값이 꼭 들어간다. 우리의 주식인 쌀값이 들어가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는 대중의 관심권에서 많이 밀려나 있는 금값이 여전히 주요 경제지표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다소간 의문을 갖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금은 인간에 의해 그 존재가 발견되면서부터 모든 경제적 가치의 척도가 되어왔다. 우리의 경우 이미 삼국시대 때부터 금은 공예품·장식품·기혈·불상제작 등에 쓰이는 한편 이웃나라와의 외교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고려 공민왕때에 이르러서는 화폐로 주조되기도 했다. 왕관이나 금박 갑옷 등 임금이 쓰는 물건에 흔히 금이 이용됐음도 금의 경제적 가치와 함께 그 권위를 대변해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를 돌이켜봐도 금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다를바 없다. 19세기 중엽부터 생겨난 「골드러시」란 말은 금을 찾아 헤매는 인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1848년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지금의 캘리포니아·네바다·유타 등 광대한 지역을 빼앗고 평화조약을 체결할 무렵 새크라멘토 부근의 한 목장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그곳에 사상 유례없는 사람의 홍수를 이룬 현상을 일컫는다. 그 이후 호주의 빅토리아,남아프리카의 트란스발,캐나다의 크론다이크 등지에서 비슷한 현상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를 비롯,더 귀한 보석들이 등장하면서 금은 차츰 그 상대적 가치를 잃어갔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금의 용도별 수요를 보면 반지·목걸이·귀걸이 등 장신구를 만드는데 쓰이는 것이 84.6%로 압도적이며,그밖에 전자산업용이 8.3%,치료용이 6.3% 정도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백일이나 돌을 맞을 때 거의 예외없이 금반지를 선물하는 풍조가 금의 효용성을 한마디로 대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도소매업 개인사업자의 경우 금의 매매 총이익률 55.2%를 기록,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금은 경제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음을 대변하며,그것은 금에 대한 인간의 영원한 향수를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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