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평양시대」 동반자 모색/클린턴 방한 경제적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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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APEC 효율극대 한국역할 강조/새 「경협기구」 차관보급이 책임질듯
10일 방한한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수행원에는 한미 통상관계를 맡은 미국 상무부나 USTR(미 무역대표부) 관계자가 포함되어 있지않다.
이들은 동경 G7(서방선진 7개국) 회담까지만 수행하고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경제부처 관계자로는 로렌스 서머스 재무차관만이 방한했다.
이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 핵 등 외교·안보분야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면서 경제분야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는 「친선방문」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사실 양국간에는 최근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통신협상(93년 4월),쇠고기협상(93년 6월)의 타결,한국의 금융 및 투자시장개방 발표(93년 6월) 등으로 돌출된 통상쟁점이 없는 상태다.
클린턴 대통령은 방한 기간중에도 한국의 경제자율화와 시장개방 추세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정부측은 보고있다.
즉 한미간에는 금융개방의 속도,지적재산권 보호,외국인 투자 자유화,쌀시장 개방문제 등 현안이 있기는 하지만 80년대말처럼 첨예한 마찰을 빚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이에따라 미국측은 이번에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한국측의 협조와 금융시장 개방의 가속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신태평양시대에서 양국이 경제동반자가 되려고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이런 분위기에서 이번 회담의 제일 가시적인 성과로 앞으로 양국간 통상현안을 제도적으로 수렴해 갈 「경제협력대화」(DEC)를 출범시킨다.
이 기구는 한국 외무부의 차관보와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대표를 맡아 각 경제부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그때 그때 현안별 팀을 운영하게 된다. 미국은 지난해초부터 6월말까지 운영한 한미 영업환경 개선협회(PEI)에서 투자·통관 등 4개 분야에서 애로를 해결한 경험이 있어 DEC를 앞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이번 회담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APEC)의 실질적 경제협력 기구화를 추진하기 위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일본과 중국을 적절히 견제하겠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신태평양공동체」 창설과 아시아·태평양의 투자 및 무역자유화에 관한 협정(TIF) 체결을 제안해 놓고 있는데 김영삼대통령은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국주도의 APEC에 다소 반발하고 있는 아세아국가들을 한국이 설득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을 판단되고 있다.
미측은 그러나 G7 회담에서 「UR협상의 연내 타결추진」에 대한 진전이 있음을 들어 UR에 대한 한국의 협력촉구에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 대통령이 쌀시장 개방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겠으나 한국의 양보를 포괄적으로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무차관이 온데서 알수 있듯이 한국 금융개방계획의 준수나 개방가속화를 거론할 것으로 짐작된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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