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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친철 파출소」운동(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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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무원 가운데서 시민의 비난을 가장 많이 받는건 아마도 경찰일 것이다. 「권위주의적이다」 「출동이 늦다」 「함정단속을 한다」 「금품을 요구한다」 등 비난도 갖가지다. 그래서 시민들 가운데는 경찰이 가장 비뚤어져 있고 부패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마저 있다.
그러나 냉철히 생각해봄년 그것은 분명 지나친 생각이다. 경찰의 잘못이나 비리가 자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건 경찰의 업무가 바로 시민과 피부로 접촉하는게 대부분이고 업무분야 또한 안맡는게 없다할 정도로 광범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비난도 자주 받지만 고마움도 그만큼 자주 느끼게 해준다. 요즘같은 장마철에 장대비가 내려쏟아지는 속에서도 교통정리를 하느라 장승처럼 서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가닥 미운 정도 싹 가시고 안쓰럽고 고마운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또 연중내내 계속되다시피하는 특별단속으로 1주일에 사흘 집에 들어오기가 어렵다는 경찰관 아내의 말을 전해듣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어떻든 그 업무의 특성으로 해서 행정의 쇼윈도와 같이 되어 있는게 경찰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경찰의 책임은 더욱 무겁고 더욱이 개혁의 시대에 있어선 그 책임이 더 클 것이다.
경찰청은 중앙일보의 『자,이제는…』 무질서추방 캠페인에 발맞춰 「친절봉사 경찰상 구현」 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에서 펼쳐진 이 운동의 심사결과 마포경찰서 서교파출소가 가장 친절한 파출소로 뽑혀 전직원이 1계급 특진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집단특진,장관이상 표창 등 포상내용은 사뭇 파격적이다. 경찰관들로서는 포상을 노려서라도 친절경쟁을 벌일만한 내용이다. 나쁘게만 보려 한다면 포상을 미끼로 한 일종의 꾐이 아니냐고 빈정거릴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기의 행동에 칭찬이나 포상을 받고 싶어하는건 인간의 자연스런 심리이며,또 시작은 포상을 노린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러는 동안 그것이 몸에 밴다면 그 「꾐」은 할만한 「꾐」인 것이다.
시민들은 공무원들의 무성의하고 권위주의적이며 불친절한 모습을 하도 자주 접해 공무원들의 작은 친절에도 크게 감격해한다. 공무원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박봉에 업무량은 많고,민원내용은 무리한 것이기가 일쑤고…. 그러나 공무원이 본분이 다름아닌 봉사라면 친절은 가장 기본적인 업무자세라 할 밖에 없다.
요즘 세찬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비리에 대한 단죄나 법과 제도의 개폐만이 개혁은 아닐 것이다. 국민들이 개혁의 성과를 실감하는건 공무원들의 작지만 큰 의미를 지닌 친절한 모습을 체험할 때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찰의 친절운동에 거는 기대는 크다. 우리는 이런 운동이 전체 공직사회로 확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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