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회오리 울산 “술렁”/현대/각사마다 출정식… 구호…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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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민들 “빨리 타결됐으면”/회사측 “올것이 왔다” 담담한 분위기
【울산=허상천·김상진·홍권삼기자】 울산지역 9개 현대계열사 노조의 연대파업이 벌어진 7일 울산시 동구일대는 출정식 등 파업의 회오리에 휘말렸다.
계열사마다 스피커를 통해 『단결투쟁가』 등 노래가 흘러 나오고 부서별 집회에 참여하는 노조의 깃발이 어수선하게 나부껴 시민들의 긴장을 부채질했다.
○…연대파업에 들어간 7일 오전 8시까지 정상출근한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은 정문에서 나눠준 「중앙집행위원회」를 보며 회사측의 무성의를 집중 성토.
승용1공장의 한 노조원은 『정세영회장이 6일 대화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은 더 이상 대화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지지부진한 단체협상을 통해서는 절대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뿌리깊은 경영진과의 감정을 표출.
○…지난달 16일부터 부분파업을 해온 현대자동차는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8시 조합원 3만여명이 정상출근한뒤 부서별 집회와 경과보고회에 참석하고 오전 10시부터 회사 본관앞 잔디밭에서 총파업 선포 출정식을 가졌다.
또 현대중공업 노조(조합원 1만8천명)도 오전 8시30분부터 부서별 분임토의와 집회를 갖고 오후 3시부터 종합운동장에서 임투 완전 승리 결의대회를 가졌으며 현대정공 등 나머지 5개 업체더 사업장별 파업출정식을 가졌다.
부분파업을 한 현대강관은 주간 근무조 2백여명이 파업했다.
○…87년부터 울산지역 현대그룹 노사분규를 사실상 주도해온 현대중공업 노조는 전면파업을 하루앞둔 6일 오후 3시부터 「성실교섭 촉구를 위한 조합원 집회」를 갖고 전체 조합원 숫자와 같은 1만8천개의 풍선을 준비,노조의 요구조건을 모두 적어 행사가 끝날때쯤 날려보냈다.
○…이날 연대파업에 들어간 각계열사 노조의 출정식을 본 회사측 간부들은 『올것이 왔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며 예상된 일이 터졌다는 듯 비교적 담담한 표정.
현대자동차의 한 간부는 『노조가 쉽사리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년 되풀이되는 분규에서 파업은 정해진 수순이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
○…이인제 노동부장관은 울산지방노동사무소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고 지시를 내리는 통에 직원들은 긴장된 분위기.
이 장관은 출퇴근 차량안에서 카폰으로 호출하기도 하는가 하면 밤 11시쯤에도 퇴근하지 않은채 『불법파업상태인 현대정공의 정상조업을 독려해 달라』에 직원들을 밤늦은 시간에 회사안으로 들여 보내는 등 막후에서 분규타결에 마지막 노력을 경주했다는 후문.
○…검찰이 사전영장을 발부받아 현총련간부들의 검거해 나서자 울산시 동구 전하동 현총련사무실은 핵심간부들이 모두 피신한 가운데 각 노조에서 파견된 노조원들이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응답. 이들은 그러나 평소 각 노조들과 유기적인 연락을 하고 발표할 성명서 등을 다듬었던 핵심간부들이 잠적한 후부터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을 집중.
○…울산지역 9개 현대계열사 노조가 연대파업에 들어간 7일 오전 10시 현대자동차 정문에는 지역 주민들이 몰려 노조집회를 지켜보며 사태추이를 걱정하는 모습.
특히 현대자동차 정문앞에 있는 육교위에 주민들이 몰렸으며 회사앞 건물옥상에도 구경하는 인파로 붐비기도.
노조의 출정식을 지켜본 주민 김영임씨(41·상업)는 『해마다 분규를 지켜보지만 올해처럼 연대파업에 들어간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노사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 국가·지역경제를 생각해서라도 하루빨리 정상조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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