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키·스노보드 안전하게 즐기기] 잘 넘어져야 덜 다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겨울 스포츠의 꽃, 스키의 계절이다. 전국 13개 스키장은 연일 만원사례를 하고 있다. 주말이면 사람에 치여 마음놓고 타기 어려울 정도로 붐빈다. 게다가 대부분 한두 시간 강습 후 바로 슬로프로 나간다. 그러다 보니 스키와 관련된 사고도 늘어나 해마다 1만여명의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스키 손상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안전교육과 준비운동은 필수=슬로프에 오르기 전 워밍업이 필수적이다. 관절과 근육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스키를 타는 것은 좋지 않다. 무릎과 발목.허리.목 등 관절의 긴장을 풀기 위해 30분 이상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스키는 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혹한의 공기를 가르며 질주할 경우 혈관이 잔뜩 수축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년 이후 고혈압과 흡연 등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 중 무리하게 스키를 즐긴 뒤 뇌졸중과 심장병 발작으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잦다. 보온에 신경을 써 몸을 최대한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며 손과 발이 땀에 젖을 경우 충분히 말린 뒤 슬로프에 오르는 것이 좋다. 장비도 중요하다. 자신에게 맞는 장비를 고르기 위해선 스키장에서 대여받기보다 스키 전문점을 찾는 것이 좋다. 바인딩 장력도 전문가의 처방을 거쳐 세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릎 보호가 관건이다=무릎은 인체에서 가장 큰 관절중에 하나로 체중이 고스란히 실린다. 이곳에 스키의 회전력이 걸리면 허벅지와 정강이를 연결하는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는다. 가장 흔한 부상은 무릎의 전방십자인대파열이다. 스키장마다 매일 한 건씩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물론 스키에 한계 이상의 회전력이 걸리면 발에서 풀려나가는 바인딩이란 안전장치가 있다. 그러나 바인딩의 스프링 장력 기준은 다리 골절이기 때문에 그보다 약한 힘에서도 파열되는 전방십자인대까진 보호하지 못한다.

전방십자인대를 보호하려면 잘 넘어지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이를 위해선 ▶부딪치거나 넘어질 땐 팔을 앞으로 뻗고 스키를 가지런히 모아야 하며 ▶무릎을 펴지 말고 구부린 상태를 유지하며 ▶미끄러져 정지할 때까지 억지로 바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스노보드가 더 위험하다=스노보드는 스키보다 빨리 배울 수 있고 회전점프 등 각종 묘기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보드 길이가 1m 내외로 짧고 비(非)이탈식 바인딩을 부착한 보드도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스노보드나 스키보드는 외날에다 짧은 회전반경으로 급커브시 하체에 가해지는 하중이 스키보다 훨씬 크다. 특히 바인딩이 떨어지지 않으므로 뼈의 강도가 떨어지는 어린이에겐 스키보드를 신기면 좋지 않다. 무릎 외에 손목과 어깨.머리 손상도 흔하다. 손목은 앞으로 넘어질 때, 머리는 뒤로 넘어질 때 흔히 다친다. 스노보드는 스키보다 부상확률이 30%나 높다.

◇후송이 최선의 응급조치다=사고현장에서 골절된 뼈를 맞추는 등 억지로 어설픈 응급조치를 하기보다 바로 응급실로 후송하는 것이 좋다. 후송되기까지 취할 수 있는 응급조치가 RICE다

. R(Rest)는 골절 등의 부상 부위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것이며, I(Ice)는 얼음 찜질을 통해 부기를 방지하는 것이다. C(Compression)는 압박붕대로 눌러 지혈하거나 부기를 막는 조치며, E(Elevation)는 부상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줌을 뜻한다.

◇조기수술과 재활치료가 좋다=전방십자인대 파열 등 스키 부상 땐 조기수술과 재활치료가 바람직하다. 조기수술과 재활치료란 부상 후 최단 시간 내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운동에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한 재활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정형외과 전문의와 스포츠재활 트레이너 등이 참여해 가능한 한 빨리 효과적인 재활 운동을 진행함으로써 불필요한 고정 및 휴식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관절의 기능 향상을 유도한다. 과거 1년 이상 걸리던 전방십자인대 파열의 경우 최근 조기수술과 재활치료를 통해 수술 후 4개월, 연골판 수술의 경우 불과 3주 만에 다시 스키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 코리아스포츠메디슨 센터 은승표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