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패척결의 한계|전택원(북경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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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최근 중국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엄단키로 한 당·정 공동명의의 내부회람을 이례적으로 대서특필했다. 중국언론들이 공직자 부패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달 전에는 「백조」란게 있었다. 농민들의 곡물소매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대신 어음을 끊어준 뒤 불법 전용한 것이다. 잡부금을 멋대로 거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세금을 1, 2년치 앞당겨 거둔 경우도 보도된 적이 있었다.
「좋은 일은 보도하고 나쁜 것은 보도하지 않는다(보희불보요)」는 사회주의 언론이 이 정도나마 공개성과 비판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만도 큰 진전이다.
중국언론의 부패에 관한 보도는 그러나 한계가 분명하다. 인민일보의 반부패 척결 보도도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인민일보는 농촌관리 부패문제를 당의 지침이 있고서야 취급했다. 그것도 부패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당과 정부의 명령을 전해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는 공직자들의 부패가 제대로 척결되지 않을 소지를 남겨 둘 수도 있다.
얼마 전 사망한 왕전 부주석은 「청렴」의 대표적 사례로 중국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선전됐다. 그러나 홍콩신문들은 왕진이 심천의 별 다섯 개 짜리 최고급 호텔에서 한끼에 3만위안(약4백50만원)짜리 식사로 국고를 탕진한 행적을 보도하기도 했다.
국무원 최고직위인 총리의 월급이 1천2백위안(약 18만원)인 현실에서도 상당수 고위직들이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고 있다. 권력과 공금의 개인적 향유라고 할 부패현상은 권위의 독점이 강할수록 그 뿌리가 깊을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사회주의 중국의 부패척결은 지난 85년 「정당」에서 나타난 것처럼 당내전반에 대한 일대수술이 없고서는 구두선에 불과하다.
한 지식인은 『장쩌민 당 총서기가 김영삼 대통령처럼 부패척결을 시도한다면 그 자신도 해직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개성이 없는 중국 부패척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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