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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동경 G7」 각국의 입장:1/정치적 영향력 증대 꿈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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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국불안정에 각국 이해 첨예대립/국민들 총선에만 관심 쏠려
7일부터 사흘동안 일본 동경에서 열리는 제19차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에서는 세계경제회복·북한 핵문제·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방안·대러시아 지원문제 등이 논의된다. G7 정상회담에 임하는 각국의 입장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일본은 G7 정상회담을 냉전후 질서 재편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호기로 봤다. 엄청난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경제대국 일본에 G7은 정치적 영향력도 키울수 있는 계기로선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또 G7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어 자민당 총재 재선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총리에게도 G7 이상 가는 호재는 없었다.
그러나 그같은 일본정부의 뜻은 내각불신임안 가결과 의회 해산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금 일본국민과 여론은 온통 전후 처음 탄생될 것이 거의 확실한 연립정부 구성에 쏠려 있다. 자민당이 얼마나 의석을 얻을 것이며,정당간 합종연형에 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여론도 일본이 이번 동경 G7회담 성공을 위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저 공허한 말잔치로 시종하다 끝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다.
G7 각국의 국내 경제사정도 어려운데다 과거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대통령이나 헬무트 슈미트 독일총리,마거릿대처 영국총리,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처럼 강력한 지도력으로 G7을 이끌던 지도자도 없다.
일본은 당초 경재력을 바탕으로 대개발도상국 지원·유엔 기능강화·대량파괴무기 확산억제·UR 연내타결 등을 이번 회담에서 합의,일본의 지도력을 내외에 과시하려 했다.
일본은 또 러시아와 영토문제가 남아 있으나 러시아 지원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었다.
미야자와 총리는 지난해 동남아순방중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비동맹 의장국으로 G7 회담에 참가,개발도상국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겠다』며 자신을 초청해 주도록 강력히 요청받았다. 일본정부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의사를 실현하기 위해 G7 각국의 의견을 떠봤으나 미국을 제외하곤 냉담한 반응이었다.
미야자와총리는 동남아 순방때 소위 「미야자와 독트린」을 발표,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일본이 정치적 역할을 맡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본은 당초 이번 G7 회담에서 러시아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을 위해서도 뭔가 하자며 개도국과 아시아의 입장을 대변하려 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는 회담 준비과정에서 의회해산과 내각불신임안 가결로 시도조차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UR 연내타결을 위해 일본이 미국과 유럽공동체(EC) 간의 이견을 조정하려던 계획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과 EC는 시장접근 분야에서 각각 섬유관세율 인하 및 전자제품 관세철폐 문제로 대립,한치도 양보하려 하지 않고 있다. 퇴진을 앞둔 미야자와 총리 자체가 아무런 약속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중조정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일본의 정국혼란을 감안,G7 회담에 앞서 양국정상회담에서 하려던 미일 포괄협의를 올가을로 미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거시경제부분에서 일본의 추가 경기대책이 요구될 것으로 보이나,일본은 원래부터 할 의사도 없는데다 정국혼란마저 겹쳐 이를 거부할 생각이다. 미국의 목표숫자를 명시한 무역흑자 축소 요구에도 정국혼란을 이용,우선 시간을 벌려는 것이 일본의 기본방침이다. 이밖에 러시아에 대한 지원도 5억달러 정도로 미국의 눈치를 보는 선에서 끝내겠다는 자세다.
일본정국이 안정돼도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판인데,정권이 바뀌는 상황에서 일본에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고 하겠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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