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귀가도중 피습/양순직의원의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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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얼굴때린 청년 10여일뒤 찾아와 “배후있다”/새 정부들어 다시 전화 “책임자는 현재 대령”
86년 신민당 부총재(원외) 당시 김형두·이모씨 등 2명으로부터 테러를 당했던 양순직의원은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232호실에서 『배후에 군특수부대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믿지 않았는데 너무 놀랍다. 군사정권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양 의원 증언.
86년 4월29일 밤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중 20대 청년 한명이 가로막고 행패를 부렸다.
운전사가 청년과 시비를 벌이는 사이 갑자기 차문이 열리며 누군가 내 얼굴을 때려 이빨을 부러뜨린뒤 싸우던 청년과 함께 보라매 공원쪽으로 달아났다.
테러를 당한 뒤 5월12일 김형두씨가 찾아와 『혈액원에서 피를 팔아 어렵게 살던중 우연히 만난 신사복차림의 사람이 테러를 지시,범행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양심선언(15일)을 시켰지만 배후가 드러나지 않아 일부 신문에만 보도됐었다. 신민당은 구속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김씨를 경찰에 넘겨 조사를 받게 했고 김씨는 곧 풀려났다.
다음해 박종철사건으로 정국이 어수선할 때 이씨가 집으로 찾아와(양 의원은 청년의 성이 이씨였지만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김형두씨와 함께 테러를 한 나머지 한명이며 박종철사건이 터진뒤 양심의 가책을 받아 고백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들의 배후가 군특수기관이라고 밝혔지만 누가 범행을 지시했는지 구체적인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고 몇차례 만나면서 『YS집에도 침입해 서류를 훔쳐왔었다』고 털어놓았다.
군 장성출신인 동생에게 이같은 진술이 믿을만한지 물어봤으나 『그 부대가 그런 일을 할리 없다』는 말을 들었고 당시 안기부 정치과장이던 구모씨(작고)도 『안기부는 절대 양 의원테러를 하지 않았고 군수특부대에 그런 일을 시킨 적도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씨의 말을 믿기 어려워 양심선언을 시키지 않았으며 그뒤 그는 연락을 끊었다.
새 정부가 출범한뒤 올 3월께 이씨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문민정부가 출범한만큼 이젠 밝히고 싶다』며 『실무책임자가 현재 현역 대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게 해달라』고까지 했으나 『의원회관으로 찾아오라』고 하자 그뒤에도 몇차례 전화만 하다 끝내 찾아오지는 않았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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