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자 기부의사 표시가 필수/재산환수·처분 어떤 절차 밟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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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0년 당시엔 기부기관 지정권 무시한 초법/강압적 분위기에 편승한 몰수로 볼 수 있어
김종필 민자당 대표가 지난 80년 국가에 「기부」한 재산중 일부의 행방을 두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개인재산의 국가귀속 및 처분절차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법상 개인재산의 국가귀속은 국유재산법에 따른 「기부」와 형법·반국가행위자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몰수」 등 두가지가 있으며 흔히 거론되는 「환수」는 편의상 붙여진 용어로 기부와 몰수를 포괄한다. 김 대표 재산환수에서의 환수는 기부(김 대표는 신군부의 강압에 못이긴 것이었다고 주장) 성격인 반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구한말 매국노 이완용 재산환수론은 몰수에 가까운 것이다.
기부에 의한 개인재산의 국가귀속은 특정재산을 국가기관에 기부하겠다는 소유자의 의사표시를 전제로 국가기관이 그 재산의 수용여부를 결정한다. 수용결정이 나면 소유자는 기부서·등기부등본 등 소유권 입증서류·토지대장 등 관련서류를 구비,기부하고자 하는 국가기관에 제출하고 국가기관은 이를 근거로 관할등기소 또는 관할법원 등기과에서 국유재산으로 등기한다. 그림 등 부동산이 아닌 재산은 등기절차를 생략하고 기부받은 국가기관의 국유재산 대장에 기재하는 것으로 귀속변경 절차가 끝난다.
이때 소유권은 국가가,관리권은 기부받은 기관이 갖는다.
그러나 80년 「부정축재자 재산환수」는 형식상으로 기부지만 소유자의 기부의사 여부에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이뤄진데다 기부할 기관을 지정하는 소유자의 권리도 무시(김 대표 등 당시 피해자들의 주장)되는 등 초법적으로 이뤄졌다.
예컨대 김 대표의 미술품 등은 신군부에 빼앗겼지만 형식상 김 대표가 재무부에 기부한 것으로 돼있다. 더욱이 김 대표가 신군부에 빼앗겼다고 주장한 난병풍 등은 재무부가 신군부로부터 넘겨받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어 김 대표의 기억착오가 아니라면 처리과정에서 실종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국가에 귀속된 재산은 필요에 따라 국가기관끼리 관리권이 변경될 수도,매각될 수도 있다. 김 대표가 신군부를 통해 재무부에 「기부」한 재산이 농어민 후계자 육성기금 명목으로 농수산부에 관리권이 이관되고 특히 미술품 16점 가운데 9점은 현물로,7점은 매각된뒤 현금으로 각각 이관된 것이 그 예다.
몰수에 의한 개인재산의 국가귀속은 내란·외환·이적행위 등 반국가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 등의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으로 간첩으로부터의 노획물이 대표적 사례. 그 처분은 기부에 의한 것 등 다른 국유재산과 마찬가지다.
결국 80년 신군부에 의한 이른바 부정축재자 재산환수는 당시의 강압적 분위기에 편승한 「기부형식을 띤 몰수」였다고 볼 수 있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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