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새 부업으로 "각광" 주부모니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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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주부 모니터가 새로운 여성부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방송이나 비디오 프로그램을 비평하고 감시하는 데서 출발한 주부 모니터는 갈수록 영역이 확대되어 백화점·가전 업체는 물론 중소 유아용품 업체와 은행에까지 이르고 있다.
시장상황이 소비자 위주로 급속하게 바뀌면서 기업들은 실제 구매력을 쥐고 있는 주부들의 구매성향 파악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또 자녀수가 줄어들고 가전제품의 발달로 여가시간이 늘어난 주부들도 재취업을 원하고 부업과 사회참여의 한 방법으로 모니터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부 모니터라고 해서 모두 아마추어는 아니다.
아이들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면 저절로 꺼지는 금성사의 TV와 밑바닥이 넓어 안정감을 주는 제일제당의 원뿔형 참기름 병도 주부모니터 요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채택돼 빛을 본 히트 제품들이다.
품질·디자인·색상 등을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본 새로운 시각이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어 판매로 연결된 것이다.
주부모니터는 크게 무보수의 자원봉사자와 기업들이 뽑는 유급 모니터로 나뉜다.
요즘 급속히 늘고 있는 유급 모니터는 대부분 주부들을 주 고객 층으로 하고 있는 백화점과 가전 3사, 유아용품 업체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표 참조>
이들은 신제품에 대한 품평회와 맛 테스트, 광고시사회, 종업원들의 서비스 및 시설점검 등을 주로 하며 때로는 신제품시장성 조사와 유통과정에서의 소비자 면접 등 필드 테스팅에도 투입된다.
백화점은 화장실 청결 상태와 직원들의 친절도 등 매주 1∼2개의 과제를 주어 모니터 보고서를 받고 있으며 한 달에 한번 종합 발표회 때 출근하는 조건으로 보수는 월15만∼20만원정도. 가전 3사와 동양매직 등도 한 달에 이틀쯤 하루에 3∼4시간 꼴로 회사에 나오는 조건으로 하루 5만원 정도를 지급하며 설문조사 때는 조사대상 1명에 5천∼7천 원 정도씩 따로 수당을 준다.
주부 모니터요원은 자신이 파악한 사항을 요령 있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므로 대졸출신이 많으나 요즘에는 소비자의 분포에 맞추어 학력별·연령별로 서류를 심사, 면접을 통해 뽑는 추세가 늘고 있다.
주부모니터 요원의 활동 기한은 보통 6개월에서 길면 1년.
『시간이 흐르면 모니터 요원이 회사에 소속되는 느낌을 받게 돼 상품비평의 공평성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게 삼성전자 상품기획실 문정열씨의 지적이다.
그러나 신세계 백화점은 주부모니터의 보고서는 사소한 지적일지라도 모두 사장이 직접결재하고 있으며 대우전자가 주부 모니터 출신들로 모우회(대우모니터 동우회)를 만든 것을 비롯,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들을 회사의 잠재고객을 묶어 두기 위해 신경을 쓴다.
방송사의 방송 모니터는 주부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보수도 월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다소 높다.
이들은 방송사가 지정해 주는 프로그램을 보고 매주 한번씩 방송국에 나가 감청 보고서를 내는데 인원은 각 방송사가 20∼40명 수준. 모집은 광고방송 후 접수된 희망자의 원고를 심사해 뽑는데, KBS와 SBS는 각각 1년, 6개월마다 새로 모집하고 MBC는 결원이 생길 때마다 알음알음으로 보충하고 있다.
한국 여성단체 협의회와 YWCA·YMCA등 사회단체에서, 활용하고 있는 무보수의 자원봉사 모니터는 전통이 깊다.
오래 전부터 방송모니터와 소비자모니터 제도를 실시해 온 이들 단체는 매년 초 희망자를 뽑아 일정한 연수를 거친 다음 유해방송이나 유해상품의 감시에 나서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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