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치료 새『장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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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첨단 의료기술의 개발이 의료보장 제도를 위협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의료비 상승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토니 킨게이드씨(41·미국 노스캐를라이나 주)는 10여 년간 매주 6백여 회 꼴로 간질발작승세에 시달려 오다 10년 미주신경 자극 기 이식수술을 받고는 정상적인 삶을 되찾았다. 대화·석사조차 어려움은 물론직장·운전면허까지 뺏긴 채 암담했던 투병 생활에서 해방된 것이다.
그는『모든 것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10여 년간의 약물 치료기간 의료비가 수천 달러 정도였는데 반해 지난 4년간 미주신경 자극 기 이식·유지비용이 5만 달러에 달했다. 첨단 의술이 환자들에게 새 삶을 찾아 주기도 하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로부터 치료의 기회서 박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최근 미국 오리건주는 저소득·불구자 의료보장 제도를 확대하기 위해 말기 암 환자 치료, 간암 환자의 간 이식수술 등 일련의 의료 보험 비 지출을 중단하려다 심각한 반발에 부닥쳤다. 비판론자들은『정부가 의료비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만 살고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죽는 사람이 발생해도 좋다는 판결을 내리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전체적으로 1940년까지 GNP 대비 4% 수준을 유지했던 의료비가 이후 매년 급격히 증가, 이년에는 GNP의 13·4%를 차지하게 됐다. 관상부행로 수술, 고관절 치환술 등 고가의 첨단 의료기술이 잇따라 실용화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부르론 바이스브로드 노스웨스턴 대 경제학 교수는『의술만 바뀌지 않았어도 보건비의 대 GDP 비율이 25년 전과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술 발전이 의료비 증가의 주범이라는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비관적 진단이기도 하다. 클린턴 행정부의 의료개혁은 과다한 입원비·진료비 제한 등을 통해 절감한 보건비를 의료보호 대상자 확대에 돌린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새로운 의료 상품이 절감된 금액이상의 새로운 보건비 증가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65년이래 최대의 의 보 체계 수술이라고 불리는 클린턴의 의료 개혁이 당장 의 보 대상자의 수는 어느 정도 늘려 놓을 것이다. 그러나 첨단 의술의 가격과 타협을 보지 못할 경우 수혜자에게 정작 필요한 의료지원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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