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제일로 첫 작품 실패 딛고 고속 성장|「선재향」아동복 김정례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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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창업 6년만에 중저가 아동복브랜드로 당당하게 위치를 굽힌「선재향」.「착한 가운데 향기까지 깃들여라」는 뜻이 담긴, 아동복 브랜드로는 독특한 이름인「선재향」의 김정례 사장(39).
우연한 기회에 백화점 아동복매장 위탁 경영을 맡은 것이 계기가 돼 부업정도로 생각했던 일이 직업이 돼 버렸다는 김 사장은 연극배우를 꿈꾸며 예술에의 정열을 불태웠던 연극학도 출신. 75년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중학교 윤리교사를 거쳐 10여 년간 극단 가교 등에서 무대에 선 연극배우였던 그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연극을 그만두고 주부로 전업, 아동복매장 위탁경영을 맡게 되면서 경영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87년 서울서초동에 자본금 5천만원으로 디자인 부·영업부와 생산라인을 갖춘 공장을 설립, 단품을 중심으로 한 아동복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첫 번째의 작품은 대대적인 실패로 끝이 났다.
아동복 업계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의욕만 가지고 시작,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선재향은 생산체계를 처분해 하청으로 돌리는 대신 패턴 실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부를 강화, 제품 차별화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6, 3세의 아들·딸을 두었던 김 사장은「나라면 어떤 옷을 아이들에게 입힐 것인가」를 생각, 엄마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옷에 착안해 소재와 디자인이 좋으면서 값은 싼 중저가 브랜드로 제작방향을 굳혔다. 우선 소재의 정직함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다소 비싸더라도 좋은 원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판단, 원단매입은 자신이 직접 결정했다.
선재향의 이같은 마키팅 전략은 보기 좋게 들어맞아 미도파·현대·롯데·신세계·그랜드백화점 등에 입 점이 이루어지면서 매년 1백%이상의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판매직을 포함, 모두 4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올해는 매출목표를 38억 원(백화점 판매가기준)으로 잡아 놓고 있다.
『기능을 중시한 편안한 옷이되 시대 감각을 살린 독특한 옷』이라고 선재향 옷의 특성을 설명하는 김 사장은 정직을 제1의 경영철학으로 꼽는다.
회사규모만 커졌지 돈을 벌어 놓지 못해 직원들에게 더 잘해 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그는 지금의 직원 중 전문경영인을 발굴. 앞으로 선재향의 장래를 맡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현재 규모로는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하고 유통시장 개방 등에 대비, 제품개발에 치중하는 한편 사업다각화를 신중히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사업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국교6학년의 아들과 3학년 짜리 딸을 두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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