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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맞혀야 본전"…일기상보|장마철 계기로 알아본 기상청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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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장마철이자 휴가의 계절인 여름이 되면 기상청 사람들은 진절머리를 낸다. 남들은 연휴다. 바캉스다 하고 즐기는 여름내 내 이곳 사람들은 국민들의 휴가일정을 망치지나 않을까, 폭우로 인한 산사태나 침수지역이 생기지 않을까, 태풍의 진로가 엉뚱한 곳으로 바뀌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해야만 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면서도 예보가 틀리거나 기상재해가 발생하면 온갖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방아야 한다. 「날씨와의 전쟁」을 연례행사로 치르고 있는 기상청을 찾아 일기예보의 현황과 문제점을 알아본다.
◇예보적중률=기상청은 최근 일기예보의 적중률이 85%에 달한다고 자랑한다. 예전보다 일기예보가 나아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국민들의 체감 예보적중률은 그다지 높게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국민들이 기상예보가 틀릴 때만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사람들은 무조건 1백%를 원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예보적중률이 높아지더라도 결국 자신이 기대하는 날의 예보가 틀릴 경우 반감은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85%의 예보 적중률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나머지15%가 실제로 기상청이 판단해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신현진 예보국장은 우리나라 예보적중률을 이렇게 표현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다소 낮지만 예보하기가 어려운 우리나라 기상실정을 감안하면 최고의 성적입니다. 사실 사막지역에서 1년 내내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예보하면 1백% 적중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또 적도지방에서 강우예보를 내리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죠. 그러나 3면이 바다고 대륙과 해양의 기상이 힘 겨루기를 하는 우리나라는 예보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죠. 특히 인적·물적 자원이 미비한 상황에서 현재의 예보적중률은 최선의 결과입니다』그러나 이 말은 국내 기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예보하기 쉬운 평범한 기상일 때는 기상청의 예보가 맞아떨어지지만 기상변화가 급격해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상청이 제대로 예측을 못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예보적중률 85%보다는 15%의 오보에 대해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다만 신국장의 지적대로 난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기상현상과 인적· 물적 자원 부족이 기본적인 원인이긴 하다.
◇예보과정=일기예보는 자료수집·가공·분석·예보의 순서를 거친다.
관측자료 수집에는 우선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부산·광주·대전·강릉 등 4개 지방기상청과 전국 27개 기상대, 50개 관측소에서 기압·기온 등 15개의 기상현상을 수집하는 지상기상관측이 있다. 또 전국 2백48군데에 자동기상 관측장치(AWS)가 설치돼 30km간격의 기상 그 물망을 형성하고 있다.
해상관측은 해안관측소와 서해안 궁 시도 부근의 바다에 띄워 논 해상기상 자동관측용 부이(Booy)를 이용한다.
고층 기상관측은 고무풍선에 관측 장비를 설치한 45만원 짜리 라디오존데를 포항과 제주에서 오전·오후9시 하루 두 번 날려보내 상층 10여km까지 높이에 따라 기상현상을 관측한다. 또 서울·부산·제주·군산·동해시 등 다섯 곳에 설치된 기상레이다로 반경 4백km내의강우구역·강우강도 등을 탐지해 집중호우 예측과 태풍이동을 추적한다.
해외자료로는 일본 동경에 있는 세계 기상통신망 아시아 지역 센터에서 보내는 동경 90∼1백80도 범위내의 기상자료가 있다. 또 일본의 정지위성 GMS와 미국의 극궤도위성 NOAA의 도움을 얻는다. GMS는 매시간, NOAA는 6시간마다 자료를 보내 온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자체의 중형컴퓨터「사이버」와 대덕연구단지 내 시스템 공학 연구소의 슈퍼컴퓨터에 온라인으로 전송돼 수치예보를 통해 예상일기도가 작성된다. 수치예보는 우리나라 전체를 격자무늬로 나눠 각 격자 점의 기상 데이타를 이용해 예상 일기도를 작성하는 방법이다. 매일 오전·오후 9시의 기상 데이타를 오전·오후 12시까지 수집해 4시간만에 6종의 상층일기도와 3시간 간격의 강우 예상 도를 만든다.
예상일기도가 작성되면 지상과 특이상황이 있는 상층일기도를 토대로 분석이 시작된다.
이처럼 컴퓨터에 의해 예상일기도가 출력되지만 일기예보는 결국 경험이 풍부한 예보 관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오전 8시10분과 오후 4시10분 등 기상청 예보 실에서 열리는「예보브리핑」시간에 예보 관들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일기예보를 내린다.
◇일기오보의 원인=컴퓨터와 통신 시스템을 이용한 복잡한 예보과정을 거쳐도 결국 15%의 일기예보는 국민이나 예보 관 모두를 허탈하게 만든다. 특히 주말이면 짐 싸 들고 캠핑을 떠나려는 사람들로부터 욕설까지 동원되는 전화세례를 받아야 한다.
정확한 예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분석 능력인데 이를 위해서는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의 원활한 지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두 가지 모두 부족하다. 정부 고위정책 자들은 단지 홍수나 폭풍우피해가 날 때만 나타나 관심을 표시할 뿐이다.
현재 기상청의 인적자원을 보면 총 9백33명으로 91년 이후 지금까지 동결이다. 인구 1백만 명당 21명으로 89년 현재 일본의 59명과 대만의 33명에 비해 훨씬 적다.
이에 따라 그나마도 모자라는 AWS의 가동률이 겨우 90%를 넘나드는 정도라고 기상청은 얘기한다. 남기현 예보 관리과장은『전국 2백48대의 AWS를 관리하는 전문기술자가 단지 11명에 불과하며 이들은 기상청의 모든 다른 장비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물적 자원을 보더라도 GNP 1인당 기상예산이 89년 현재 일본이 2천6백원, 대만이 2천1백원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91년 말 기준으로 4백80원에 불과하다. 특히 현재의 관측소 중 50%가 10년 이상 사용돼 개·보수가 시급한 형편이다.
전 세계적으로 예보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이용되는 수치예보 모델도 현재의 중형 컴퓨터로는 어려운 실정이다. 신경섭 수치예보과장은『좀더 정확한 예보를 위해서는 격자 점을 늘려야 하는데, 관측시설은 둘째치고 자체 슈퍼컴퓨터도 없는 기상청으로서는 불가항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복잡한 지형으로 인한 국지기상의 급변현상을 정확히 관측할 수 있는 AWS는 기상예보에 필수적이면서도 매년 정부당국의 외면으로 예산삭감의 수모를 당해 왔다. 기상청이 목표로 하는 사방 20km의 기상 그 물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올해 80대, 내년에 72대등 전체적으로 4백대의 AWS가 설치돼야 하나 청사이전 예산과 맞물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밖에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로서 절실히 필요한 해상관측장치도 빈약하기만 하다. 일본이 6척이나 보유하고 있는 관측선이 우리는 하나도 없고 그 흔한 부 이도 우리는 하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북반구의 편서풍대에 위치해 있는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북한의 기상 데이타가 제대로 입수되지 못하는 현실도「주먹구구식」기상예보를 불가피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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