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도「환경」물결「그린 PC」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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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정부는 자동차에 이어 개인용 컴퓨터(PC)에 대해서도 환경문제와 관련된 규제조치를 수립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절약형 PC인「그린PC」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17일 앨 고어 미 부통령은 환경보호국(EPA)이 주관하는「에너지 스타」인 증 행사에 참석해 PC업체들에 에너지 절약형 PC의 개발을 독려했다. 이는 지난 4월 클린턴 미대통령이『앞으로「에너지스타」표시가 부착된 컴퓨터만을 구매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환경문제에 대한 연방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IBM·애플 등 주요 PC업체들은 PC는 물론 모니터·프린터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절약형 제품의 개발과 발표를 서두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EPA에 의해 처음으로 발표된 인증 마크를 부착하기 위해 1백여 개 업체가 그린PC 관련 제품을 선보이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EPA가「에너지스타」인증과 관련해 내놓은 조건은 PC를 사용치 않을 때는 시간당 30W이하, 사용 시에는 1백∼1백50W의 저 전력을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PC는 전력소모량이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간에 시간당 2백∼2백50W의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는 것.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내 PC업체들은 생산량의 80% 가까이 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황에서 무역 장벽과 같은 조치라고 항변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발빠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곳이 인텔과 삼성전자다. 전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인텔은 지난주 에너지 절약형 기술인「SL방식」을 채용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전력소모를 75%까지 줄일 수 있는 486마이크로프로세서(CPU)를 7월부터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절전형 CPU는 기존제품과 동일한 성능·가격이라 PC업체들이 기존설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그린PC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자동으로 모니터 전원을 차단해 기존의 PC보다 전력을 47% 줄일 수 있는 그린PC를 지난 5월 개발해 시판에 나섰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인텔의 저 전력 CPU를 탑재하고 현재 개발중인「파워세이브」라는 절전기술을 채용하는PC를 가을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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