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당권후계 이 대표” 재확인/영국간담회 발언에 담긴 속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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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선 1승·개혁대안 제시등 지도력 칭찬/영수회담 비판론 쐐기… 강야 구심점 당부
이기택 민주당대표의 발걸음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내달 4일 귀국 예정인 김대중 전 대표가 귀국후 당운영 불개입 입장을 천명하고 이 대표 중심의 당발전을 당부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표는 20일낮(한국시간) 영국 케임브리지 한 호텔에서 있은 한국기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민주당과의 관계를 분명히 했다.
그는 『귀국후 일절 정치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은 물론 야당운영에도 개입하지 않겠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당원으로서 나라와 당이 잘 되도록 성원하는 것 이상의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대표에 대한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명주­양양에서의 보선 승리는 아무리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다. 당 발전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으며 이 대표가 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이 대표와 민주당이 서로 혼연일체가 돼 더 크게 발전하길 바란다.』
그는 이어 『최근 이 대표가 당의견을 집약해 10가지의 개혁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책임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 주었고 그 내용도 좋았다.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자세를 다듬어 잘 대응해가고 있는 것이다』며 『이제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 체제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김 전 대표는 청와대 영수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잘된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당내에서 제시됐던 비판론에 쐐기를 박았다.
○…김 전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는 이기택대표를 비롯,이 대표를 수행중인 김봉호·장석화·이경재·박은태·이우정의원 등이 배석했고 이날 영국에 도착한 김병오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도중 합류.
간담회는 10여분간에 걸친 김 전 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기자들의 질문 순서로 진행됐으나 김 전 대표는 김영삼대통령과의 면담여부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해선 『여기 있는 동안은 이곳 이야기만 하자』며 답변을 회피했다.
김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이 대표가 오겠다는 연락을 받고 걱정을 많이 했다』며 『내가 선거에 지고 이곳에 와 있는데 세군데 보궐선거에서 또 다시 모두 패배했더라면 이 대표마저 여기에 남겠다고 하지 않았겠느냐』고 농담을 하는 등 시종 여유있는 모습.
김영삼대통령의 개혁 추진에 대해 김 전 대표는 『김 대통령이 개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몇몇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고 국민들의 지지도 받고 있지 않느냐』며 『오래 정치를 해온 민간인출신 대통령으로서 자유·복지증진과 조국통일에 큰 성과가 있기 바란다』는 견해를 피력.
그는 이어 『정치가 발전하고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력한 야당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을수록 국민의 지지를 받는 야당이 있어야 한다』면서 『일이 잘못 됐을때 수구세력들이 역전시키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고 설명.
김 전 대표는 『해외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우리 정부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며 『가는 곳마다 공관에서 함께 식사하자고 초대해 주더라』고 소개.
귀국후 활동계획과 관련,그는 통일문제 연구에 전념할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그는 『동구 국가들을 방문하면서 통일이 얼마나 어렵고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절실히 느꼈다』며 『귀국후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기구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우선 독일통일과 유럽 통합,한국 통일 등 세가지를 정리해 연말쯤 이를 책으로 펴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학 특강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 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경희대 등 3개대로부터 특강요청을 받았다』고 소개하고 『시간이 허용되는대로 가급적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한국 현대정치사 정리와 아시아 국가들의 평화·민주주의 발전방안을 중장기 연구과제로 제시.
그러면서도 그는 이 대표에 대한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일본의 정치문화가 의리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명분을 중시한다. 그래서 각기 정치인의 행동규범도 다르다』고 전제한뒤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상대방부터 납득시킨 다음 그에게 앞으로의 몫을 알려주어야 하며 스스로 앞장서 가야 한다』고 충고.
김 전 대표는 간담회에 앞서 있은 이 대표와의 단독 요담에서도 『하위 당직 인선이 늦어지고 나눠먹기식이 되어서는 당발전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며 『이 대표가 당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그런 분위기속에서 당직 인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케임브리지=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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