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훈 출연드라마-대본수정…「인물변신」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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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4일 한강에서 영화 촬영중 탑승한 헬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탤런트 변영훈(31)은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그가 출연중인 드라마들의 대폭적인 내용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변영훈이 출연중인 드라마는 SBS-TV『우리식구 열다섯』과 『세상은 내게』. 또KBS-TV의 대하드라마 『청춘극장』은 아직 방송되지 않았으나 5분의4정도 촬영을 마친 상태다.
『우리식구 열다섯』은 한 철강회사 사원아파트를 무대로 샐러리맨들의 풍속도와 애환을 그린 드라마로 변영훈이 철강회사 직원으로 등장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변영훈이 맡은 배역의 비중이 크지 않아 보름정도 변영훈을 출연시키지 않은채 극을 이끌어 나가다 자연스럽게 해외근무형식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방침.
『세상은 내게』는 영국작가 메이브 하란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원작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로 각기 다른 개성의 30대 초반 세 여성의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비교하고 있다.
변영훈은 광고회사 제작자아내(심혜진 분)를 둔 남편으로 등장, 바쁜 직장생활로 가정에 충실치 못할 수밖에 없는 아내 때문에 갈등을 겪다 아내의 대학친구(박은영 분)와 외도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변영훈은 현재 극중에서 아내와 별거 상대에 들어가 있는데 원래 대본에는 나중에 다시 재결합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제작진은 그를 아내와 이혼한 것으로 처리해 극중에서 뺄 방침이다.
『세상은 내게』는 현재 종영 4주분을 남겨놓고 있는데다 마침 스토리 전개가 이혼으로 처리해도 무방한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극 전개가 크게 어색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BS-TV가 올 가을 방송 예정으로 촬영중인 『청춘극장』은 사정이 좀 다르다. 변영훈이 주인공인데다 이미 지난해 초부터 올해까지 중국 현지 촬영을 마무리짓고 스튜디오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 현재 80%의 촬영이 완료된 상태여서 대본수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다른 주인공을 캐스팅해 처음부터 다시 촬영하는 것도 제작비가 2중으로 들뿐만 아니라 방송이 예정된 올 가을까지 제작을 마무리짓기가 힘겨운 상태다.
그래서 KBS측은 일단 남은 20%의 촬영분에 대해 대본을 수정해 변영훈 없이 촬영을 강행하고 편집과정에서 기술적으로 이를 커버하는 방안과 극중간에서 변영훈의 사고로 배역이 바뀐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대역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영훈은 89년 27세의 나이로 KBS공채 13기 탤런트로 연기생활을 시작, 지난해 MBC-TV 미니시리즈 「분노의 왕국」에서 이씨 왕조의 후손으로 일왕을 저격하는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사생활은 순탄치 못해 사고직전까지 이혼수속을 밟고 있었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
현재 방지거 병원에 입원중인 그는 15일 오전부터 호흡중추가 제기능을 찾아 자력으로 숨을 쉬기 시작했으나 뇌 기능은 완전히 정지된 상태로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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