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엔 "박수" 독주는 "경제"|개혁 정국에 (계간 문예지) 우려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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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민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전략적 환상에 포획 당하지 말라.』 『어떠한 비판도 잠재우는 일방적 독주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문단이 「문민 시대」를 내걸고 출범한 새 정부의 개혁 의지와 실천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위로부터의 개혁」 「일방적 독주」 및 「문민 독재화 경향」등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최근 출간된 주요 계간 문예지 여름호들은 일제히 권두언 등을 통해 새 정부와 개혁 러시 정국에 대한 각자의 시각과 견해를 밝히고 있다. 지성계와 문단, 나아가 사회에 일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들 문예지들의 시각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의 개혁 과정을 쭉 지켜보다 내놓은 첫번째 발언이라는데서 주목된다.
『세계의 문학』은 권두에 실린 「편집자의 말」을 통해 『우리는 지금 진정한 문민 시대에 살고 있지 못하며, 또한 모두가 문민이 된 것 같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경제의 구조를 비롯해 교육이나 각종 문화제도 등 그 어느 것 하나 안심할 것이 없다고 전제한 『세계의 문학』은 일례로 정부가 지정한 책의 해에 오히려 책이 예년보다 더 읽히지 않음을 들고 『문민이 되었다는 환상 속에 문민의 기본 조건으로부터 멀어지는 이러한 기현상과 역설은 차라리 희극적』이라고 밝혔다. 『세계의 문학』은 위에서 아래로의 수용, 외형에 의한 내질의 폭력적 규정력에 의해 야기된 「문민 시대」의 환상에서 깨어나 삶의 위의와 영광을 확보할 수 있는 진정한 문민 시대의 도래를 위해 인문적 지혜를 모으자고 제안했다.
『창작과 비평』은 『개혁이 기대를 웃도는 수준에서 진행됨으로써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현 정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새 정부가 「야합」의 산물이기에 그 개혁은 결국 기득권층과의 타협 속에 유야무야로 귀결될 것이란 예측과 그 징후도 벌써 나타나고 있으며 또 영미에서 실패한 신보수주의 모방인 새 정부의 개혁은 문민 독재로 전화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는 말로 다소의 우려감을 표시했다. 「위로부터의 개혁」을 현 개혁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한 『창작과 비평』은 그 때문에 『민주주의로 가는 징검다리로서의 그 과도적 임무』만을 새 정부에 기대했다.
『실천 문학』은 『누적된 모순과 전근대의 잔재들이 위로부터의 개혁을 통해 단숨에 뿌리뽑힐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런 환상이야말로 개혁을 일시적 생색내기로 그치게 하는데 일조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문학과 사회』는 『아무리 국민의 90%이상이 찬성하더라도 주체에 의해 몰래 실행되는 개혁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버티는 일은 강단을 필요로 한다』며 개혁이나 사회에 눈돌리기보다 문학·예술·철학의 영역을 지켜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작가 세계』는 『새 정부가 대단히 화려하게, 단단한 앙심을 품고 펼치는 개혁 러시 전략을 결코 과소 평가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잘한다는 여론만이 너무 팽배, 어떤 비판도 잠재우는 일방적 독주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작가 세계』는 『개혁이 일과성 한풀이가 되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악을 쌓는 일이 될 것』이라며 새 정부에 『개혁의 속도 조율 같은 허구적 탁상 공론을 떨쳐버리고 개혁을 위한 제도적·법적 장치를 빨리 만들 것』을 바랐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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