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빛 강물… 걸건 절개지만 “썰렁”/가서 본 오늘의 「평화의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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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철근·합판등 당시 공사자재 곳곳에 널려/안보전시관 댐보다 낮아 “수공위협” 의심
대표적 5공비리라는 비판과 함께 결국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게된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평화의 댐은 그 어느 한곳에서도 북한의 수공이라는 긴박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16일오후 찾아본 이곳은 며칠전 내린 비로 황토빛을 띤 강물이 예나 다름없었고 댐 주변에 이리저리 흩어진 철근·합판 등과 산허리를 깍아내 벌겋게 드러난 절개지가 공사현장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이날따라 관광객 한명 눈에 띄지 않은채 재향군인회 산하 통일관광 직원 14명이 사무실에서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고,이달말 준공을 앞둔 안보전시관 마무리작업을 위해 더위와 씨름하는 인부 20여명이 공사장을 지키고 있었다.
가건물처럼 만들어진 안보관광객 안내소의 평화의 댐 건설도면과 금강산 수력발전소 건설백서 등에는 뽀얀 먼지만 날렸고 『금강산댐이 폭파됐을 경우 서울 63빌딩의 절반이 물에 잠긴다』며 건설당시 만든 수공피해 개상도도 파란 비닐로 덮여 있었다.
양구∼평화의 댐간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시내버스는 하루 두차례씩 왕복운행하지만 관광객보다 인부 이용자가 훨씬 많다는게 이곳 직원들의 말이다.
이곳 휴게소에서 근무하는 권모양(22)은 『평일 하루 1백여명의 관광객들이 평화의 댐을 보러오지만 이 댐이 북한의 수공을 막기위해 세워졌다는데 관심을 보이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안보전시관도 북한의 수공위협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91년 6월부터 국비 7억7천8백만원 도·군비 2억원 등 모두 9천7천8백만원을 들여 연면적 2백81평규모의 2층으로 짓고있는 이 전시관은 1단계 공사가 끝난 현재 댐높이 80m보다도 낮은 댐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화천군 관계자는 『안보전시관의 위치는 당시 국방부와 건설부가 협의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북한의 수공위협이 있다면 물속에 잠겨 무용지물이 될 곳에 전시관을 세울 꼴이어서 상식밖』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 진도를 보아가며 2차 축조공사를 하겠다던 당초의 계획은 애초부터 2차 축조공사에 대한 계획은 검토되지도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화천에서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40여분동안 달려 평화의 댐을 보고 돌아오는 관광객들은 양구군 방산면 천미리 민통선 안쪽 숲속에 댐 건설장비 17대가 녹슬어 방치된 사실을 알고는 과연 무엇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7백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성금까지 거둬 이같은 대형공사를 시작했는지 의아해 하는 형편이다.<화천=이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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