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등 악용 없을것”/김 대통령/여야 영수회담 무슨말 오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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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카지노 세무조사 내가 지시한것/김/진압경관 사망 국회기능 부실탓”/이
이경재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김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이날 회담에서 나눈 대화 요지는 다음과 같다.
▲김 대통령=현재 보안법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북한이 핵개발의혹을 해소하지 않고 있는데다 최근 학생들 움직임에서 보듯 북한의 자세가 전혀 바뀌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보안법은 지난번 4당체제때 독소조항이 이미 제거됐으므로 개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안기부법은 미국이나 독일 정도로 개정할 생각이다. 보안법·안기부법을 과거 정부가 악용한 적이 있으나 문민정부는 어떤 경우도 정치적으로 악용 하지않을 것이다.
▲이 대표=동의한다. 도청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
▲김 대통령=도청이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 어린이 유괴나 밀수·폭력범죄·기타 간첩사건 등 세계에서 통상하는 도청이외에는 도청을 못하도록 하는 도청방지법 제정에 동의한다.
▲이 대표=금융실명제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김 대통령=경제정의 차원에서 반드시 실시한다. 그러나 시기에 대해선 일임해 달라.
▲이 대표=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돼야한다. 국회기능이 부실해 학생시위도 나고 김춘도순경도 사망했다.
▲김 대통령=나도 야당국회의원을 오래해서 국회가 활성화돼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당에 국회 활성화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이 대표=7월 임시국회를 최소 3주이상 열자.
▲김 대통령=그런 방향으로 하도록 당에 얘기하겠다.
▲이 대표=깨끗한 정치를 위해서는 선거법을 개정하고 선거공영제를 확대해야 한다. 무기명 기부금 쿠퐁제를 도입하고 국고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정치자금법을 개정하고 공직자윤리법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김 대통령=나도 정치권이 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와 정치가 반드시 깨끗해지도록 하겠다. 내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다.
▲이 대표=과거 청산을 위한 개혁을 해야한다. 12·12와 5·18의 진상이 반드시 규명돼야 하고 관련공직자들이 사퇴해야 한다. 6공비리특위를 구성하자.
전직대통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래서 최소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김 대통령=우리는 이미 이에 대한 처벌을 역사의 심판에 맡기기로 했다. 이 대표도 5공 특위위원장을 해보아 알겠지만 시끄럽기만 하고 얻은 것은 없었다. 지금 성역없는 사정을 하고 있다. 나도 김대중씨도 선거때 정치보복을 하지않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알 것이다.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 지지가 있어 지금이 개혁하기 가장좋은 기회다. 나는 대도를 따라 사심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개혁하고 있는만큼 야당도 협조해 달라.
▲이 대표=현재의 개혁추진 상황에 야당도 경의를 표하고 동감한다.
▲김 대통령=과거의 야당은 정통성없는 정권하에서 반독재투쟁을 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도 했으나 이제 개혁을 위해 건설적 비판은 하되 국가건설을 위한 차원에서 개혁에 협조해 달라.
▲이 대표=전폭 공감한다.
▲김 대통령=언론도 개혁에서 성역일수 없다. 최근 언론피해로 인해 많은 국민이 기본권과 인권이 침해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자신의 자유가 중요하면 남의 자유도 중요하다.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언론의 폐해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할 것이다.
▲이 대표=적극 공감한다. 지자제는 적극 실시하기를 원한다.
▲김 대통령=약속대로 95년전에 하겠다. 해마다 한번 또는 두번씩 선거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전산망을 구성해 몇개를 동시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
▲이 대표=대통령선거법을 포함한 통합선거법을 만들 용의가 없는가.
▲김 대통령=대통령선거법과 다른 선거법은 성격이 다르다. 일단 이 대표의 의견을 들어 당에서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이 대표=북한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돼야하며 북한을 고립시켜서는 안된다. 남북문제의 중요한 정책결정을 야당과 사전에 협의해달라.
▲김 대통령=전적으로 동감한다.
해직교사 문제는 화합차원에서 여러가지로 검토하겠다. 삼청교육대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해직근로자는 노동부에서 복직지침을 정했는데 구체적인 것은 기업에서 할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없이는 이 나라가 살수 없고 경제도 살수 없다. 이 문제는 성역없이 하라고만 했지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았다.
다만 카지노는 내가 세무사찰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대통령=정치군인을 완전 제거,안보에서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군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육해공군은 이번 인사조처로 매우 만족해 있고 사기도 드높다. 며칠전 최전방 철책선이 있는 곳까지 갔는데 이곳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가보지 않은 곳이다. 일선 장병들의 사기가 드높은 것을 확인했다.
▲이 대표=지난번 군인사·군정리는 참으로 대담했고 잘된 것으로 보면 매우 감명받았다.
▲김 대통령=북한이 남북접촉을 가지면서 정상회담도 갖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나는 정상회담보다 핵문제 개혁과 이를 통한 신뢰회복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김현일·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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