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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수억원 외제차 통째로 잘라내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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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제철연구소 연구원들이 소량의 금속 성분을 골고루 섞은 뒤 녹이는 진공유도용해로에서 실험을 하고있다.

 현대제철의 충남 당진공장엔 일관제철소를 짓기 위해 파일을 박는 항타기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기초공사가 한창인 제철소와 달리 이 부지의 동쪽 가장자리에는 벌써 현대제철연구소가 들어서 불을 밝히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건립에 830억원이 투입된 이 연구소는 올 3월 문을 열었다.

 연구소에 압연실험동에 들어서자 요란한 전기톱 소리가 들려왔다. 고급 레저용 수입차의 반쪽이 강판부터 부속품까지 완전히 분해돼 그 잔해들이 일렬로 나열되고 있었다. 자동차는 2만 가지 부품과 30여 가지의 강종으로 구성되는 집합체. 일일이 뜯어봐야 사용되는 철의 성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분해 작업을 벌이던 현대하이스코 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수억원대의 고급 외제차도 전기톱의 ‘이슬’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분해된 절편은 현대제철 소속의 성분분석팀으로 넘어가 원자수준까지 분석되고, 데이터는 현대자동차 소속 연구원에게 건네져 안전성이 뛰어난 차체 개발에 사용된다.

 이처럼 이 연구소에선 쇳물 제조업체, 자동차 회사, 자동차 강판회사 연구원들이 모여 자동차 강판 하나를 연구한다. 이 연구소의 연구동은 대부분의 벽면과 내부 칸막이가 유리로 돼 있다. 여러 회사 소속의 연구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만큼 물리적으로 열린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120명의 연구원 가운데 현대제철 소속이 80여 명, 현대·기아차와 현대하이스코 소속이 각 20명씩이다. 2010년까지 총 40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박준철 현대제철연구소장(부사장)은 “자동차 회사가 정확하게 어떤 소재를 원하는지 알고 제대로 된 강판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 내 진공용해로에선 고급 자동차 강판재 실험이 한창이었다. 순수한 철에 탄소·규소·망간·인·황 등 5대 성분을 적절히 섞어 더욱 단단한 자동차강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탄소의 비율이 높으면 강도는 세지지만, 구부리거나 펴기가 힘들어져 경제성이 떨어진다. 탄소의 함유비율을 최대한 낮추면서 크롬과 망간 등을 섞은 다양한 합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유선준 기술지원담당이사는 “2010년 고로 1호기가 가동하게 되면 동시에 최고 품질의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할 수 있도록 철광석부터 차체 개발까지 전 공정에서 연구개발 데이터를 쌓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모든 설비가 갖춰지면 개발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진=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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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현대자동차 부사장(환경기술연구소장 겸 재료개발실장)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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