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양양 보선 “난기류”/여야 모두 “벼랑” 중앙서 집중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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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의원·대표까지 아예 상주… 과열 조장
명주­양양 보궐선거가 과열현상을 빚고 있다.
민자·민주 양당은 투표일을 이틀 앞둔 3개 보선지역중 철원­화천과 예천지역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그러나 명주­양양은 다르다. 민자당은 민주계의 원로인 김영윤후보가 나선 지역이라는 점에서,민주당은 3개지역중 가장 해볼만한 곳이라는 판단 때문에 서로 달아올랐다. 양당이 제각각 실시한 현지 여론조사 결과도 미세한 차이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여성향의 표밭인 이곳에서 이런 백병전이 벌어진 근본이유는 민자 김 후보가 외지인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여야 모두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이곳으로 집중되고 있어 과열·혼탁 선거를 부추키고 있다. 양당 국회의원들은 폐쇄된 강릉공항 대신 속초공항이나 영동고속도로를 통해 현지를 줄이어 왕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피서철도 아닌 요즈음 조용하던 동해안지역의 읍·면과 자연부락들은 서울에서 몰려든 금배지와 고급승용차들로 북적댄다. 숙박업소들도 덩달아 호황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9일 현재 명주­양양지역에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한 국회의원은 민당이 13명,민주당이 22명이나 된다. 양당의 거의 모든 의원이 한차례쯤은 이 지역에 들러 자당 후보 운동을 했음은 물론이다. 민자당의 고위당직자들이 거의 매일 이곳을 찾아 격려하는 중이고 이기택 민주당대표는 아예 상주하면서 표밭을 일구고 있다.
민주당은 강원도 출신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명주­양양의 2개읍 12개면을 1∼3곳씩 나누어 맡아 해당지역에 상주하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중이다. 도 지부장인 유승규의원(태백)의 경우 명주군의 옥계·강동면을,김영진의원(원주출신·전국구)의 양양읍을,박우병의원(정선)은 양양군 손양면을 담당하는 식으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는 선거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불과 3천,4천여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맨투맨식의 선거운동을 벌이는 방식이어서 표밭잠식에는 효과가 크다고 민자당은 자평한다. 그러나 선거후의 논공시비를 염두에 둔 의원들의 득표경쟁으로 과열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도 「선거판 달구기」에 앞장서기는 마찬가지다. 이기택대표는 3차례의 합동연설회와 9일의 정당연설회에 모두 참석했다. 평소 당내에서 「돈씀씀이가 짜다」는 평을 듣던 이 대표도 『이곳에서만은 꼭 이겨야 한다』며 두어차례 「금일봉」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또 8일 『서울지역의 의원들도 가만히 있지 말고 전부 명주­양양으로 내려오라』고 지시했다. 김덕규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재경의원 간담회에서 『야당은 돈없는 대신 발자국 소리라도 내야한다. 돈내라는 소리 안할테니 가서 자연부락을 돌며 며칠만 고생해 달라』고 당부했다.
불법·타락선거 시비도 한창이다. 민자·민주당은 이 문제로 이미 몇차례 성명전을 벌였다. 강원도 선관위는 8일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도 않고 김명윤후보를 위해 유권자에게 물품을 제공한 혐의로 민자당 중앙위원 한 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명윤후보는 지역연고가 희박한 점을 보강하려고 『나도 감자바위』라며 5,9대 두차례 이곳에서 당선된 점을 강조한다. 그는 『나는 강릉극장집 막내사위로 6·25때 검사로 이곳에 와서 1·4후퇴를 이곳 주민과 함께 겪었다』고 말한다. 김 후보는 또 『김 대통령을 30년간 모신 사람으로 당선되면 이 지역의 지도를 바꾸어 놓겠다』며 외곬 30년의 민주화투쟁 경력과 「큰 인물」임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최욱철후보는 「지역구민의 자존심」을 앞세우면서 『돌쇠냐 철새냐,1회용이냐 대들보감이냐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 후보는 3번째 출마한 자신의 고정표와 강릉최씨 문중표,출신고인 명륜고의 동문표를 기대하고 있다. 무소속 선복기후보도 오랜 공직생활로 닦은 기반과 강릉농고 동문표를 바탕으로 뛰고있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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