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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 목아불교박물관 세운 공예가 박찬수 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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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통목공예의 장인이 30년간 끌과 망치로 다듬은 불상조각을 모아 숙원의 개인박물관을 지었다.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남한강변에 세워져 12일 개관식을 가질 목아 불교 박물관(국가지정28호)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불교에 귀의한 공예가 박찬수씨(46·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 수상)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교육도량」을 만들자는 갸륵한 뜻으로 오랜 고행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인도의 사원양식에 유럽식지붕을 씌운 듯한 지하 1층·지상 3층의 본관 전시실외에 2층 짜리 석축건물인 전시실 및 학예연구실, 그리고 일주문·석주문·5층 석탑·미륵삼존석불·백의관음 등이 2천5백평 규모에 가득 들어찬 박물관의 모습은 한사람의 공예가가 혼자 일군 일로는 믿어지지 않는다.
48년 경남 산청출신인 박씨는 끼니를 잇지 못하는 궁색함에 집을 뛰쳐나와 어려서부터 절 밥으로 자란 특이한 인생체험을 갖고있다.
고학으로 서라벌예대를 졸업, 태릉에 목아미공예방을 운영하면서 불상조각가로 지명도를 넓힌 박씨는 우리 나라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10년간에 걸친 일본 유학생활을 통해 일본인들의 끈질긴 장인정신을 어깨너머로 배운 그는 과거 일본을 가르친 한국인의 자존심을 담아 수많은 불상·조사상·동자상을 칼로 새겨냈다.
86년 12월 「푸른 하늘에서 오백나한이 품안으로 파고드는 꿈」을 꾸고 박물관 건립에 나섰다는 그는 그때부터 5년간 지하실에 틀어박혀 목공의 자세로 하루 12시간이상씩 작업을 했다.
그와 제자들의 손으로 다듬은 작품 수는 엄청나다. 불상류가 8백95종, 목공예품 2백59종, 지공예 4백42종, 석공예 1백98종, 연장류 3백32종, 기타 잡화류 등 모두 합쳐 6천여점이나 된다.
현재 박물관에 수집된 불교 관련유물은 묘법연화경·대방광불화엄경·아미타경 등 보물지정 목판불경(보물 1144∼46호)외에도 불화·서예·목판화·불서·부적 등 민속자료가 포함돼있다.
그는『이 같은 박물관사업이 국가적 지원없이 이루어지기란 힘들다』며 앞으로는 문예진흥기금수혜, 전통찻집, 공방운영 등의 수익사업인정 등 정책적 배려가 있기를 바랐다. <방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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