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부자에 증세」는 타당한 선택|폴 크루그먼<미 MIT대 경제학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미국의 빌 클린턴 정권은 고소득층 세율인상에 경제정책의 승패를 걸고 있다. 폴 크루그먼교수(미 MIT대 경제학과)는 이같은 정책이 『조세부담의 공정성이나 국가건설을 위한 재정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크루그먼교수의 「부유층 세율인상이 왜 타당한가」라는 제목(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지 기고문)의 요약.
클린턴 정권의 핵심적 경제정책인 고소득층에 대한세율인상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 일대 격론이 일고있다.
연간소득 14만 달러가 넘는 부분에 대한 미 가구당 세율은 현행 31%에서 36%로 인상된다.
또 25만 달러를 넘는 부분은 39%로 인상된다.
공화당측에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중량급 경제학자를 동원,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 행정부에서 연방재정적자 해소문제를 맡았던 마틴 펠드스타인교수(하버드대)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인상한다고 해도 세수증대 효과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소득층 세금인상은 적절한 선택이다.
80년대의 소득변화 추이를 보면 상위 1% 소득자의 실질소득 상승률은 거의 2배로 늘어난 반면 중산층의 소득은 변화가 없고 빈곤층은 더욱 빈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이 당면한 거대한 재정적자의 상당부분은 레이건·부시 행정부하에서 생긴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부담으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80년대 조세정책으로 이득을 본 사람들이 그들에 의해 발생한 빚을 갚는데 더 큰 부담을 져야한다는 것은 합당한 논리다.
클린턴행정부의 정치적 승패는 새로운 세금부담을 고소득층에 얼마나 많이 지우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낭비·부정부패 척결 외에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부채를 해결하는 길은 부자들의 세금을 늘리느냐 중산층·빈곤층의 혜택을 줄이느냐 둘밖에 없다.
클린턴대통령은 새로 늘어나는 세금의 70%를 전체인구의 2%인 부유층으로부터 받겠다고 선언했다.
연간 20만달러 소득 부유층은 앞으로 돈벌이 및 저축패턴을 바꾸지 않을 경우 6만달러 부분에 대한 세율이 31%에서 36%로 인상되어 3천달러의 세금을 더 물게된다.
그러나 이 가구가 일을 적게하고 세금이 면제되는 노후연금 저축을 늘려 과세대상 소득을 1만달러 줄일 경우 세수는 오히려 6백달러 줄어들게 된다.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보고서들은 국민들이 비과세부분을 조금 늘리기는 하겠지만 돈벌이 자체를 줄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고소득층이 세금을 적게 물기 위해 소비수준을 줄이기보다는 세금 인상분을 보충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가능성이 크다.
고소득층에 대한 세수증대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증세정책이 클린턴정권이 기대하고 있는 2백50억달러수준에는 못 미쳐도 상당한 세수 증대를 가져올 것만은 분명하다.
또 부유층에 대한 증세정책은 에너지세나 곧 발표될 보건개혁 비용을 부담할 중산층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정리=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