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 급부상(갈림길에 선 중국경제: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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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IMF선 GDP 세계3위로 추정/10년전 자료… 평가 정확성싸고 논란
대부분의 사회주의국가들이 그러하듯 중국의 경제규모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의 분석기사(5·28∼29일자)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IMF는 그동안 국별경제규모를 파악할 때 현지 통화로 계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액을 공식환율로 환산,미 달러화로 평가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환율정책에 따라 엄청난 왜곡을 낳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80년대이래 계속 자국통화(원)를 평가절하해 왔으며 이에따라 지난 10년간 연평균 9%의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달러로 표시한 중국의 세계경제에서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드는 모순을 빚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키위해 많이 쓰이는 방식이 구매력평가(PPP)방식이다. 이는 나라별로 국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현지 구입가격을 조사한 뒤 이를 미국에서 같은 상품 및 서비스를 살때 드는 비용과 비교,돈의 실제가치를 따져보는 방식이다.
지난 68년 유엔주도로 이같은 구매력평가에 따른 각국 자료수집이 시작된 이래 60개국 이상이 이 작업에 참여,70년이후 3∼5년마다 보고서를 내고 있으나 중국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IMF는 중국경제의 추정을 위한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한가지 선택은 펜실배니아대학의 경제학교수며 유엔의 국제비교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해온 로버트 서머스와 앨런 헤스턴교수가 추계한 내용을 채택하는 방법이었다.
이들은 90년기준 중국의 1인당 GDP를 2천5백98달러,국가전체로 2조9천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중국은 미국에 이어 제2의 생산력을 가진 나라가 된다는 사실이 IMF를 편치 못하게 만들었다. 상당한 논란끝에 IMF는 서머스의 추계는 지나치게 높은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IMF는 이 추계가 지난 75년의 낡은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서머스와 헤스턴교수는 그들이 사용한 자료가 세계은행이 중국에 파견한 자문관이 제공한 86년자료로 수정됐다고 반박했다.
IMF의 다음 대안은 세계은행의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세계은행은 92년 보고서에서 중국의 90년기준 1인당 GDP를 1천9백50달러,전체로는 2조2천억달러로 추정한 바 있다.
IMF는 세계은행의 통계를 주로 이용해 왔고 따라서 이를 선택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이번에도 중국이 일본에 앞서 세계2위가 된다는 점이 문제가 돼 논란끝에 「과장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채택치 않기로 결정했다.
IMF는 결국 미 통계국의 국제조사센터가 출간한 한 보고서에 의존키로 했다. 이 보고서의 저자며 현재는 IMF통계부서의 스태프인 제프리 테일러는 여러 출판물에서 뽑아낸 81년의 중국 자료를 사용해 추정한 결과,90년기준 중국의 1인당 GDP는 1천3백달러,전체로는 1조4천7백억달러란 결론을 냈다.
10년전의 낡아빠진 자료를 쓰고서도 IMF는 가장 분명한 자료로 최선의 추정치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과 결과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 됐다. IMF의 회원국들은 국제경제상 자신의 위치가 하룻밤에 바뀌는 것을 원치 않고 있고 중국은 중국대로 외무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IMF의 추계는 과장돼 있으며 이로 인해 1인당 GDP 7백65달러미만의 나라에 주어지는 좋은 조건의 융자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유엔의 다음번 가격조사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고 따라서 오는 96년에는 보다 정확한 추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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