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특별한 문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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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5일 핵물리학자 허쩌후이 여사 자택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편과 함께 중국의 핵물리학 발전에 기여한 그는 '중국의 퀴리부인'으로 불린다.[베이징 신화통신=연합뉴스]

"국민들은 선생님을 기억하면서 무척 뵙고 싶어합니다."

"몸이 불편하셔서 인민해방군 건군 80주년 기념 행사에 나오시진 못하셨지만, 정부와 국민들은 수소폭탄을 개발한 선생님의 업적을 잊지 않고 기리고 있습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가 3일 과학기술계와 문화계 원로들의 집과 입원 병실을 직접 찾아가 이렇게 극진하게 문안 인사를 올렸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이들은 병상에서 총리의 인사를 받았다. 원 총리의 이날 방문은 "경제 성장을 이루는 데 기여한 각계 원로.전문가의 공을 기억해야 일류국가가 된다"는 평소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원 총리는 이날 원로 과학자 주광야(朱光亞.83)가 살고 있는 베이징(北京) 자택을 우선 방문했다.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한 뒤 수소폭탄 개발을 주도해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물리학자다.

"선생님께서는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조국과 인민을 위해 충성을 다하셨습니다. 젊은 과학자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원 총리가 이렇게 자신의 업적과 공로를 언급하자 주 박사는 "과찬"이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눈물을 보이며 총리의 손을 잡았다. 그러면서 준비한 메모를 원 총리에게 전했다. 현재의 과학기술 사업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와 건의를 담은 것이었다. 원 총리는 "정책에 유용하게 참고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원 총리는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핵물리학자 허쩌후이(何澤慧.93.여) 원사(院士:중국 정부가 많은 업적을 올린 최고의 과학자에게 붙여주는 호칭)의 집을 찾았다. '중국 원자탄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고 첸싼창(錢三强)의 부인으로 본인도 '중국의 퀴리 부인'이라는 명예로운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허 원사는 "2년 전 가을에 만났을 때 다시 보자더니 진짜 약속을 지켰다"며 반갑게 맞았다. 원 총리는 "중국인들은 첸 선생과 허 원사 부부의 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인사했다.

이날 오후에는 중국 항공우주과학의 기초를 다진 인물로 평가 받는 첸쉐싼(錢學三.96)의 집을 찾았다. 원 총리는 "선생님의 당부대로 인재를 교육할 때 과학기술과 문학예술을 결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2년 전 첸 박사의 당부를 되새겼다. 첸 박사는 "혁신을 해야 중국인이 외국인을 앞지를 수 있다"고 또다시 조언했고, 원 총리는 "1년 안에 효과를 못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날 오후 늦게 사흘 전 96세 생일을 맞은 원로 문학가 겸 교육가인 지셴린(季羨林.96)이 입원한 해방군 병원을 방문했다. 최근 4년간 네 차례 지 박사를 찾아 문안을 올렸던 원 총리는 "진실이 담겨 있는 선생님의 산문을 즐겨 읽는다. 지난해에는 '조화로운 사회'를 말씀하셨는데 뵐 때마다 많은 가르침을 받아 간다"고 인사했다. 지 박사는 "지금 국민과 정부는 서로 잘 소통하고 있다"며 "중화민족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흡족해 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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