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넘치는 돈·돈·돈 … 유동 자금 1949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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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경제활동에 비해 돈이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부동산·주식·채권과 같은 자산에 거품이 끼고, 거품이 꺼진 뒤 걷잡을 수 없는 경제 혼란이 빚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금융 당국은 ‘돈줄 죄기’에 나섰다. 하지만 돈은 계속 늘고 있어 ‘백약(百藥)이 무효(無效)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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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쳐나는 돈·돈·돈=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광의유동성 잔액은 전달보다 34조9000억원(1.8%) 늘어난 1949조5000억원이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며, 증가율로는 2002년 10월(2.1%) 이후 최고치다. 한은은 “일시적 요인이 강했다”며 “증시 활황세로 금융회사를 통해 증시로 오간 돈이 늘면서 금융회사의 유동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유동성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6월보다 7월에 증시가 더 좋았기 때문에 7월의 유동성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증시 이외에 금융회사의 상황, 경제성장 등과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어 유동성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발 안 듣는 돈줄 죄기=정부와 금융 당국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돈줄 죄기에 나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계속 터졌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중소기업대출이 늘고, 중소기업대출을 조이면 신용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이 느는 식의 ‘풍선효과’가 이어진 것이다. 최근엔 증시 활황에 따라 증권사의 신용융자가 크게 늘자 금융 당국은 신용융자에도 칼을 들이댔지만 개인 투자자의 ‘사자’ 열풍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돈이 넘쳐날 요인은 더 많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올해까지 8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토지보상금이 앞으로 3∼5년간 100조원가량 더 풀린다.
 이에 따라 한은의 콜금리 목표치 인상도 일러야 10월 이후에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하면 한은도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로 시중 유동성을 조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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