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경입장 고수/북한­미 1차 고위급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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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로 의중떠본 탐색전/예상대로 핵이견… 분위기는 긍정적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북한­미국간 1차 고위회담이 끝났다. 양측이 점심을 포함해 근 7시간동안 마주 앉았으나 회담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함구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짤막한 발표문의 행간을 통해 회담 결과를 유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국무차관보는 의미있는 진전이 없었으나 오는 4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반면,북한의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은 회담이 유익하고 진지했다는 점과 2차회담을 갖기로 한 사실만 발표했다.
이번 회담이 단발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미국측이 회담의 사전설명에서 밝힌바 있다.
이번에 첫번째 접촉은 양쪽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선에서 끝났다.
양쪽의 발표문을 보면 회담에서 논의된 것이 북한측은 『핵문제와 두나라의 관심사』라고 한 반면 미국측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에서의 핵위협제거』라고 말하고 있다.
양쪽의 발표를 보면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북한의 요구사항이 전부 개진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수용 ▲남북한 비핵화선언 이행 등의 요구는 타협할 수 없는 미국의 목표라고 이미 밝힌바 있다.
따라서 미국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에 세계평화에 미치는 영향,이를 막기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등을 설명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을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의지를 설명한뒤 이 문제가 먼저 해결되면 북한이 요구하는 문제에 대해 타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 제거가 선결되어야 한다면서 ▲팀스피리트 훈련 중지 ▲주한미군기지 동시사찰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거 등을 먼저 요구했다.
물론 북한의 요구는 이밖에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인정 ▲주한미군 철수 등이 더 있으나 첫대면에서는 핵문제를 둘러싼 내용이 주된 안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첫날 회의는 양쪽이 상대방의 의중을 모색하는 기회였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2차접촉에 응할 것이라는 사실은 첫번의 접촉에서 북한과 회담을 계속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사인 만큼 비교적 긍정적인 분위기였다고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핵문제를 둘러싸고 될수 있는한 미국과의 회담을 연장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고민은 시한이 촉박하다는데 있다.
북한의 NPT탈퇴가 확정되는 오는 12일 이전까지 북한으로부터 답을 받아내야 시한전에 유엔안보리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2차회담에서도 결론이 없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결심해야 한다.
북한이 2차회담에서도 약간의 긍정적 신호를 보내면서 회담을 계속하자고 할때 이를 받을 것인가 여부를 결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현재 분위기로 보아서는 북한이 2차회담에서 일단 NPT복귀를 수용하지 않는한 회담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다만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경우 추가적인 미­북한 관계개선을 위한 추가회담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북한­미 고위급회담 관련일지
▲3월12일:북한,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3월17일,19일:제30,31차 북한­미 참사관급 북경접촉
▲4월1일:국제원자력기구(IAEA),대북한 제재결의안채택,유엔안보리 회부
▲4월5일:북한외교부,「핵문제는 우리와 미국사이의 문제로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는 성명발표
▲4월7일:손성필 주러시아 북한대사,「프라우다」와의 회견서 『북한의 NPT탈퇴가 미국의 핵위협 때문』이라며 북한­미 직접협상 주장
▲4월10일:북한 외교부 대변인,『우리를 NPT에서 탈퇴하게 한 장본인은 미국인만큼 문제의 해결여부는 미국과의 협상에 달려있다』고 주장
▲5월5일:제32차 북한­미 참사관급 북경 접촉
▲5월10일:제33차 북한­미 참사관급 접촉,고위회담개최 원칙합의
▲5월11일:유엔안보리,대북한결의안 채택
▲5월17일:북한­미 고위회담 위한 1차 뉴욕 예비접촉
▲5월21일:북한­미 고위회담 위한 2차 뉴욕 예비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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