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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광고 열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제일기획 광고8팀의 팀원들은 그들이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세탁기를 곧잘 「골탁기」라고 부른다. 다른 광고보다 제작이 훨씬 어렵고 그래서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탁기는 교체수요만 많지 신규수요는 상대적으로 적고 지난해엔 내수경기의 침체로 구매력까지 크게 떨어진데다 기술의 보편화로 각 사의 제품이 사실 거기서 거기일정도로 차별화가 어렵다.
이 팀은 올해 초까지 일반세탁기인 삼성히트세탁기의 광고를 부부애 등을 강조하는 이미지방식으로 만들어 나름대로 대응해왔으나 올 3월 「퍼팩트」제품이 새로 나온 후에는 경쟁사들처럼 기능을 강조하기로 했다.

<작년 내수침체>
문제는 어떻게 기능을 강조하느냐는 것. 타제품처럼 수조에서 빨래가 돌아가는 장면을 보여주며 물살이 어떻고 하기도 진부하고 그렇다고 섬유질사이의 때가 빠지는 장면도 세제광고 등에서 너무 많이 써먹어 새롭지가 않았다.
2주간의 「골싸매기」 끝에 나온 것이 투명인간시리즈. 모델인 주병진씨가 세탁조에 들어가 「몸을 빨았더니」 투명인간이 됐다는 내용으로 강한 세척력을 강조하기엔 제격이었다.
투명인간을 표현하기 위해 푸른색이 포함된 한 장면을 또 다른 장면과 합성할 경우 푸른색이 무색으로 나타나는 「블루마트기법」을 동원했고 마침내 광고주의 OK사인이 간신히 떨어졌다.
이 같은 어려움은 이 광고기획팀 뿐이다.
지난해 불어닥친 내수시장의 침체로 광고주들은 저마다 광고비에 먼저 칼을 빼들었고 이 때문에 상당수의 광고대행사들이 부도로 쓰러졌다.
업체들은 기획단계부터 각 광고대행사들끼리 초안을 가지고 경쟁을 붙였으며 광고효과가 미진하다싶으면 그대로 광고대행사를 바꿔버렸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좋고 특이한 광고를 만들 수밖에 없게된 셈인데 실제로 지난해부터 국내광고업계에는 이 같은 이색광고들이 쏟아지고 있고 해외광고페스티벌에도 종종 입상할 정도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동물광고도 쉬운 듯이 보여도 제작에는 엄청난 노력이 든다.
LG애드가 최근 노랑나비를 등장시켜 제작한 금성테크폰 전화기광고가 대표적인 예. 외국의 나비전문가를 고용, 멕시코 전역에서 잡아들인 수백마리의 나비를 모델로 현지 세트장에서 촬영한 이 광고는 나비들이 자꾸 엉End한 방향으로 날아다니는 것이 제작의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제작진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텅스텐줄을 나비에 매달아 인형극처럼 나비를 조종했고 또 낮은 온도에선 움직이지 않다 따뜻해지면 활동하는 나비의 습성을 이용, 세트장내의 온도를 변화시켜 원하는 움직임을 만들기도 했다.

<컴퓨터로 제작>
독수리와 앵무새를 등장시켜 싱가포르에서 촬영한 삼성시네마 TV광고도 마찬가지. 앵무새는 조련이 된 것이라 별 문제는 없었지만 독수리의 경우 밀폐된 세트장내에서 찍는데도 하도 빨리 날아 어떤 때는 촬영기사가 필름 한 통을 다 써도 독수리가 단 한 장면도 안찍힌 경우까지 있었다.
45피트까리 최종필름을 완성하는데 보통은 1백배인 4천5백피트 정도가 소모되지만 이 작품은 무려 2만피트의 필름을 썼을 정도였다.
유명한 외국영화의 한 장면을 따와 합성하는 방법도 최근 두드러지는 기법으로 헬기가 등장하는 시네마TV의 최근 광고는 미영화사에 1만5천달러의 사용료를 주고 『지옥의 묵시록』 중에서, 대우에스페로자동차는 5만달러를 주고 『탑건』의 장면을 빌린 것이다.
특히 시네마TV광고는 TV속의 헬기가 시청자의 실내방안을 공격한다는 특이한 내용인데 이를 위해 제작진은 미리 전등·벽 등에 화약장치를 하고 이를 컴퓨터에 연결시켜 폭발순서 등을 입력, 0·1초간격으로 차례로 터지도록 하는 고도의 기술을 사용했다. 소품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도 새 흐름이다.
산과 계곡·밀림사이에 숨어있는 제품을 서서히 찾아들어가는 장면으로 구성된 서울우유의 「미노스」제품광고는 대행사인 MBC애드컴측이 실물축소 모형인 「미니어처」를 만들어 촬영했다.
트럭 3대분의 흙과 자갈·각종 분재를 동원, 1주일동안의 작업으로 자연광경을 만들었고 1㎝까지 근접촬영할 수 있는 이노비전카메라를 일본에서 빌려와 국내최초로 사용, 화면이 실제 자연과 거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성사의 아트비전TV의 광고는 이 제품의 특징인 평면브라운관을 강조하기 위해 곡면 브라운관이 프레스기를 통과하면서 평면으로 바뀌는 장면을 설정했는데 TV크기에 알맞은 프레스기를 시중에서 구할 수 없어 곤욕을 치렀다.

<촬영기법 다양>
LG애드제작팀은 이 때문에 광고내용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당초 계획을 강행, 1천여만원을 더 들여 광고에 맞는 프레스기를 직접 제작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제작·촬영상의 방법 외에 모델도 시인·작가·기업체사장·정치인 등 색다른 인사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남양유업 「다우」의 모델로 등장한 박찬종 의원.
이와 함께 대우전자의 배순훈 사장이 자사의 기업이미지광고에 출연하고 있으며 제일제당의 「컨디선」광고에는 제당의 해외영업부 이사·과장·대리 등 실제 직원들로만 모델이 구성돼 있을 정도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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