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는 신나고 보람있는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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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짜여진 시간표에 의하여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생활했던 21년간의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야만 하는 시기가 온것같아 사직서를 내기로 하고 주변에 있는 동료선생님들께 이야기하였다.
내 얘기를 듣는 순간 동료선생님들은「왜 그만두느냐, 아이들도 성장했는데 집에 있으면 일이 없어 병이 생긴다」등의 이유로 계속 교직생활을 하라고 권유하였다.
그러나 나의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학교를 떠나는 것이 바른 생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마음을 비우자, 욕심을 버리자, 내게 다른 일이 주어질 거야, 나의 손으로 새로운 시간표를 짜자』하고서 지난 2월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갔다. 말로만 들어왔던 자원봉사자의 일을 하기로 하고 중앙일보 광고에서 본 서울교육원주관의 학생 자원상담봉사자 모집에 서류를 접수시킨 뒤 2주간 상담에 관한 연수를 받았다.
1주일을 단위로 시간표를 작성했는데 월요일에는 그동안 찾아 뵙지 못했던 친척들과 동창 등 「친구만나기」,화요일은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하여 동방문화센터에서「1강좌듣기」, 수·금요일은「홀트아동복지회 아기 돌보기」,목요일은「학생자원봉사상담활동하기」,토·일요일은「가족과 함께 하기」등으로 짧은 기간이지만 현재까지 새로운 시간표에 맞춰 살면서 마냥 행복하고 즐겁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봉사하러 갈 때는 즐겁고 발걸음도 가볍다. 빨리 가서 아기에게 우유를 주고, 목욕도 도와주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세탁물도 정리해주고, 보채는 아이 안아주는 즐거움으로 다니고 있다. 오십이 넘는 나에게 일이 있다는 것, 사회에서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은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또 다른 봉사의 길이 주어진다면 감사히 생각하며 받아들이겠다. 【이화자<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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