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내용분석 결과 위성방송 볼만한 내용도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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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 약30만가구가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위성방송의 내용은 주로 고급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공영방송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파월경(spill over)으로 들어오는 NHK위성방송은 격심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오락프로그램 일색인 우리방송이 전혀 제공하지 못하는 수준 높은 문화와 교양프로를 방송, 우리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제고가 시급함을 일깨우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매달 분석하고 있는「일본위성방송 동향」에 따르면 NHK의 두채널은 세계각국에서 제작한 고급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심층 르포 다큐멘터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본위성방송은 세계뉴스를 매일 밤 2시간씩 자세히 보도하는『월드스테이선 22』, 미국의 르포프로『인사이드에디션』, 세계 굴지의 방송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월드 리포트』등의 보도 프로와30년대 이후 세계영화의 고전을 보여주는『위성영화극장』, 각종 특집 문화공연 등을 근간으로 비교적 유익한 내용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4월중엔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칼라좌에서 열린 오페라『춘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대극장에서 상연된 『사길의 집으로부터』 ▲경이로운 남극의 모습을 담은『자연의 세계』 ▲스페인의 슈퍼스타 플라시도 도밍고와 홀리오 이글레시아스 합동공연 ▲밀라노·뉴욕·런던등의 93춘하 해외 컬렉션 패션쇼 ▲베를린 필의 91,92유럽콘서트 등을 방송하는등 값비싼 고급 예술 프로그램들을 연일 특집으로 편성하고 있다.
4월 분석 자료 중 문제가 될만한 내용은 일본 만화영화 제작과정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일부 선정적인 장면들과 미국의 심층르포프로그램에서 혐오감을 주는 한두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 등이 지적됐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위성방송은 전파월경이 외교적인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90년 이후부터는 일본 자체제작 프로그램들을 줄이면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주로 세계 각국의 문화·교양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 명실상부한 세계의 방송을 지향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KBS-1TV의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우리방송은 세계각국의 고급프로를 시청자에게 서비스하기는커녕 기존 국내프로그램도 폐지하고 있어 공영방송의 본분을 저버리고 있다.
특별법에 의한 재단법인 방송문화진흥회가 대주주이어서 공영방송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MBC-TV의 경우 국악 프로그램을 없앤지 오래고, 지난가을부터는 유일하게 고정 편성된 문화프로그램인『청소년음악회』마저 폐지하는 등 고급예술프로그램은 전멸상을 보이고있다.
방송위원회는 최근 시청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홍콩의 위성방송인「스타TV」의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지난4월 외국어에 능통한 모니터 요원을 새로 채용, 세부적인 프로그램 모니터에 들어갔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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