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선망의 직업〃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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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연예인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방송3사의 신인탤런트·개그맨공모가 2백∼3백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가 하면 연기학원이나 모델학원에도 지원자가 급증하고 있다.
연예인 지망생들의 증가추세에 따라 연기학원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연기학원은 지금까지 여의도 방송국 주변에 밀집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수요층이 많은 강남을 비롯, 서울시내 곳곳에 연기학원이 생겨나고 있다.
또 중견연기자들 중에는 연기학원을 세울 뜻을 가지고 이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동료들과 상담을 벌이고 허가관청인 관할 교육구청에 설립요건을 문의하는 등 창업준비를 서두르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이같은 최근의 연예인 지망생 증가추세는 양적인 팽창과 더불어 대졸자 등 고 학력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이 특징.
KBS와 SBS의 신인탤런트 공모 응시자들은 대학재학 연령층만을 놓고 봤을 때 전문대 재학 이상의 학력소지자가 70%를 넘는다. 23일 2백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원서를 마감한 MBC신인탤런트 공모에서도 전문대 이상 학력자들이70%를 넘을 것으로 MBC측은 예상하고 있다. 또 SBS와 MBC의 신인개그맨은 1백% 전문대이상의 학력소지자고 특히 MBC의 서경석(21·서울대 불문과 재학)·이윤석(21·연세대 국문과 재학)과 SBS의 윤정화(21·이화여대 재학)등 소위명문대 출신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 학력상승추세를 실감할 수 있다.
고학력자의 증가 이외에 요즘 연예인 지망생들의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사춘기 때부터 연예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꾸준히 준비해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
모델·연기자 전문 법인 대행사인 MTM 대표 김민성씨(37)는『2∼3년 새 연기학원에는 중·고생들이 부쩍 늘어났어요. 그 중에는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단지 화술과 세련된 매너를 배우기 위해 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연극영화과 지망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온다』고 말한다.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극영화과 진학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입시준비를 위해 연기학원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젊은이들 사이에 연예인이 선망의 직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신인탤런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자기표현 영역이 넓기 때문』이라는 표면적인 대답 뒤에 자유직과 고소득이라는 노동조건과 돈 문제가 중요한 동기임을 쉽사리 알 수 있다. 더구나 위성방송·케이블TV·지역민방시대를 앞두고 연예인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연예인이야말로 앞으로 유망 업종이라는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신인탤런트 공모에서 심사위원을 맡아 응시자들을 인터뷰한 방송제작진들도 젊은이들 사이에 연예인이 선망의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를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단시일 내에 거액의 돈을 벌 수 있는 점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생활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점 때문이라고 전한다.
방송전문가들 중에는 최근의 연예인 지망생 급증 추세에 대해『방송사들이 지나친 시청률 경쟁으로 좀 팔린다싶은 신인을 집중적으로 출연시켜「거품스타」를 양산해내 젊은이들의 집단적 허영과 한탕주의를 자극시킨 결과』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으로MBC신인탤런트 공모를 거쳐 여러 드라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윤동환과 감우성과 같은 신세대 정서를 대변하는 탤런트들은 『자신들이 평생 직업으로 연예인을 선택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신인탤런트 시험장에서 만난 응시자들도 대부분이 한때 기분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MBC의 최종수 부국장은 『우리나라도 이제 연예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고 있고 앞으로 연예인의지위는 점점 더 향상될 것으로 본다』면서『이에 따른 신세대들의 연예계 진출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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