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왜 조용한가

노무현(얼굴)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납치 사건 초기 지난달 21일 CNN방송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 데 이어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아프간 현지에 파견하는 등 전면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14번째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피랍자들을 무사히 구출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그러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침묵에는 인질 억류 사태가 장기화되는 데 정부의 역할이 제한돼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한 심경이 담겨 있다고 참모들은 설명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탈레반 측이 한국 정부의 권한 밖에 있는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을 요구하는 점이다. 노 대통령의 불면은 그 때문이라고 한다. 한 핵심 인사는 "대통령이 상황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지 못함에 따라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두 번째 희생자인 심성민씨의 죽음이 알려진 지난달 31일 노 대통령은 비통함을 토로하며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직접 자신이 탈레반 측의 비인도적 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겠다는 뜻까지 밝힐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 성명서로 대체하자는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으로 하여금 성명을 발표하게 했다.

천 대변인의 성명서 가운데 "또다시 우리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 "국제사회가 견지해 온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은 인도적 관점에서 가치가 있다"는 대목은 노 대통령의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정부 소식통들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일주일간 예정됐던 여름 휴가를 취소했다. 그는 낮에는 문재인 비서실장과 윤병세 안보수석으로부터 수시로 상황을 보고 받고, 밤에는 부속실을 통해 상황을 챙기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휴가 때도 김병준 교육부총리 임명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힘든 여름을 보냈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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