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지역 시장 둘러본 직후 피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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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인질들이 지난달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되기 직전의 구체적인 정황이 일본 언론에 소개됐다. 마이니치 신문은 봉사단원 23명이 피랍 직전 가즈니주의 카라보프 지구에 있는 레오나이 시장을 산책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일행은 수도 카불에서 남부 칸다하르 지역으로 대형 전세 버스를 타고 가던 도중 휴식을 위해 이곳에 들렀다. 이 지역은 탈레반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곳으로 주민 대부분이 탈레반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이 인용한 현지 경찰의 말에 따르면 봉사단원들은 버스에서 내려 약 30분 동안 시장을 산책하다 레스토랑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도 했다. 일부는 비디오 카메라와 카메라로 시장 풍경도 찍었다. 일행 중에는 민소매 차림의 여성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봉사단원 일행이 주민들에게 낯선 존재로 비춰졌을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탈레반은 여성이 피부를 노출하는 복장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기간 중 여성들에게 눈만 내놓은 채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다. 일행은 휴식을 끝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출발한 직후 25명가량의 탈레반 무장대원들에게 끌려갔다. 현지 경찰 간부는 "한국인 일행을 본 시장 사람들이 탈레반에게 제보를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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