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질책에 침통한 검찰/울며겨자먹는 「내부관련자」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우리칼에 우리가 다치게됐다”한숨/거명 3명중 1명 사법처리 불가피
검찰이 여론의 거센 포화를 맞고 슬롯머신업계대부 정덕진씨의 비호세력으로 거명돼오던 검찰고위간부들에 대한 전면수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21일,검찰내부에선 『우리가 날린 부머랭(정씨수사)에 결국 우리가 다치게 됐다』며 침통한 분위기였다.
슬롯머신 수사가 시작되면서부터 검찰관련설이 끊임없이 나돌아 이미 만신창이가 돼버린데다 비호세력으로 거명된 L·J·S씨 모두 장래의 검찰총장감으로 지목받던 인물들이어서 검찰이 받는 충격은 클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검찰 일각에서는 『이대로 나가면 검찰 전체가 큰 피해를 본다. 어떤 식으로든 검찰관계자 연루설을 정리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여론은 잠잠해질것』이라는 것이 수뇌부의 견해였다.
그러나 21일 오후 대통령이 직접 김두희법무장관을 불러 『비리혐의가 있는 모든 대상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벌여 혐의가 드러난 자는 엄중처벌하라』고 지시하면서부터 검찰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박종철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비리의혹을 사고 있는 검사장들에 대해 대검중수부가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고 대검중수부는 24일부터 서울지검 홍준표검사등 수사팀을 대검으로 차출해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청와대의 분위기나 여론의 비난강도로 미뤄 검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흐지부지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만일 수사에 착수한뒤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식의 수사결과를 발표할 경우 뒷감당을 할수 없다는 사실을 검찰 스스로가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호세력으로 거명되고 있는 관련 고위간부 3명중 정기상납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1명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검찰 스스로가 검찰고위간부들에 대해 감찰이 아닌 수사를 해본적은 없다는 점에서도 대검중수부의 이번 수사는 크게 주목받고 있다.<김종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