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많이 바뀐 의학용어 일반인들 혼동 잦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의료계에서 쓰는 의학용어나 개념이 일반인의 인식과 다른 것들이 많아 의사와 환자간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제대의대 서홍관 교수(가정의학과)는 1935년 조선의학협회가 낸 조선의보에 나타난 용어와 1985년의 대한의학협회지에 나오는 의학용어를 비교연구, 최근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열린 의사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우선 50년 동안 학문발전에 따른 개념변화와 함께 의학용어가 적지 않게 바뀌었는데 일반인들 중에는 옛용어와 개념을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많아 진료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
예로 과거 빈혈 하면 철분결핍성 빈혈만 알려졌으나 현재는 철분공급부족과는 무관한 용혈성빈혈, 재생불량성빈혈, 거대아구빈혈, 백혈병빈혈, 판코니빈혈 등도 밝혀져 있다. 물론 치료방법과 처방도 서로 다르다.
서 교수는『빈혈이란 모두 철분공급으로 치료된다는 인식이 아직 강해 철분결핍성이 아닌 빈혈인데도 병원치료는 무시하고 무조건 철분제제만 복용하는 수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지금도 약품광고 등에서 볼 수 있는 위하수증·위확장증·위과민증이라는 표현은 현대의학에서는 모두 비궤양성 소화불량이라는 이름으로 통일됐고 진단과 치료내용도 똑같다고 밝혔다.. 여러 가지 효능을 나열하면 효과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은 위장관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작용으로 다 해결된다는 것.
또 1935년에는 심장병이라는 이름 하나로만 통했던 것이 지금은 부정맥·판막이상·심근경색·심근염·심장동맥류·신부전등 22가지로 나눠져 있고 치료방법·주의사항도 다르다는 것.
일반인들이 이런 변천을 모른 채 여러 가지 부적절한 의학상식을 받아들이다 보니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행위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과거 일제시대에 들어온 일본식 의학용어가 의사들 내에서는 우리말을 제치고 전공용어로 자리잡아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예로 여드름을 심상성 좌창으로, 두드러기를 담마진으로 여전히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신경쇠약이란 용어는 현대정신의학에서는 개념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 <택>

ADVERTISEMENT
ADVERTISEMENT